'글로벌 큰 손' GPFG, CEO 고액연봉 손본다

"실적 부진한 기업 경영진
고액연봉 챙기는 행태 견제"
주총서 주주권 최대한 활용
경영진 임금인상 반대표 등
직접 실력행사 나서기로

세계 최대 연기금인 노르웨이국부펀드(GPFG)가 실적부진에도 고액 연봉을 챙기는 기업 경영진의 행태에 제동을 걸 조짐이다. GPFG는 자산규모만도 8,700억달러(약 992조610억원)로 전 세계 상장기업 약 9,000곳의 지분을 갖고 있어 이번 결정은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GPFG가 실적과 상관없이 고액 연봉을 받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경영진의 잘못된 관행을 투자자의 입장에서 주주권을 활용해 단속하기로 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와 인터뷰한 윙베 슬륑스타 CEO는 “우리는 지금까지 경영자의 연봉을 볼 때 구체적인 금액보다 연봉 구조에 집중해왔다”며 “하지만 주주들 사이에서 부실기업 CEO들의 고액연봉이 논란이 되면서 적정 보수가 얼마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슬륑스타 CEO는 또 “공개된 공간에서 고액연봉 문제를 다룰 방법을 찾고 있다”며 “이사회 투표 등 적절한 방안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GPFG의 이번 결정이 경영전략 실패로 회사가 흔들리는 가운데도 고액 임금을 받아온 경영진의 이기적 행태를 견제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GPFG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로 전 세계 상장기업 전체주식의 1.3%를 보유하고 있다. 신문은 GPFG가 주주총회 등에서 경영진 임금 인상에 반대표를 던질 경우 기업이 임금을 올리는 데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제 GPFG는 최근 영국 엔지니어링 업체인 위어그룹 주주총회에서 경영진 보수 인상에 반대 의견을 내놓았고 결국 이 안건은 통과되지 못했다.

그동안 이사회 임원선출 등 인사에만 관여해온 GPFG가 CEO 연봉에 직접 문제 제기를 하기로 한 것은 경영진의 보수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FT에 따르면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유럽 기업들은 CEO 연봉이 미국이나 영국 기업에 비해 훨씬 낮고 회사 내 연봉 격차도 작아 GPFG가 직접 다른 나라 기업들의 보수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데 신중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투자자들이 부실기업 경영진의 고액 연봉을 지적하는 일이 잦아졌고 GPFG의 자산규모가 지난 11년 동안 7배나 급증하면서 기업경영 감시에 대한 요구가 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분석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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