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11일 롯데와 호텔신라(008770), 동화 면세점, 워커힐 면세점(SK네트웍스(001740)), 한국관광공사 등 8곳의 면세점이 국산품을 달러화로 바꿔 판매하면서 적용하는 환율을 시장환율을 쓰지 않고 면세점끼리 짬짜미한 환율을 사용한 사실을 확인하고 앞으로 이를 금지하는 시정조치를 내렸다. 과징금은 없었다. 8곳 중 4곳은 호텔롯데·부산롯데호텔·롯데디에프글로벌·롯데디에프리테일로 롯데 계열 면세점이다.
김재신 공정위 기업거래국장은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다양한 할인을 고려하면 면세점이 얻은 이익과 소비자 피해는 미미했다는 게 위원회의 최종 판단”이라고 했다.
지난 2006년 7월부터 시내 면세점에서는 내국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국산품 판매가 허용됐는데 일반 판매처보다 가격이 15%나 저렴해 인기가 높았다. 면세점에서는 국산품도 달러로 가격을 표시하고 판매한다. 처음에는 원칙에 따라 외환은행에서 매일 고시하는 원·달러 환율을 근거로 직전일 환율을 다음날 0시부터 적용했다. 이 때문에 동일한 상품도 면세점이 언제 매입했는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면세점들은 지난 2007년 1월~2012년 2월까지 모두 14차례에 걸쳐 유무선 전화 연락 등을 통해 국산품에 적용하는 환율과 시기를 공동으로 결정하고 실행했다. 신라는 2011년 5월, 롯데·동화 등 나머지 7개 면세점 사업자는 2012년 2∼3월 담합을 중단했다.
공정위는 조사를 통해 면세점의 환율 담합을 확인했지만 과징금은 한 푼도 매기지 않았다. 담합 기간의 60%는 면세점 환율이 시장환율보다 높아 면세점이 이득이었고 40%는 반대였다. 공정위는 법원이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지 않았다면 담합을 문제 삼을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환율 변동으로 인한 가격 차이에 대한 소비자의 항의에 대응하고 환율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해 담합을 했던 것 같다”면서 “지금은 업체마다 각자 필요에 따라 환율 적용 주기를 정한다”고 말했다.
/세종=임세원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