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필의 음악 이야기] 음악치료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내담자에게 체계적으로 음악을 듣게 하거나 적절한 연주 행동을 하게 함으로써 신체·심리·정서적 통합과 바람직한 행동 변화를 가져오게끔 하는 특수한 심리 치료법. ‘음악치료’의 사전적 의미다.

음악은 보통 인간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음악에는 기쁨을 더욱 기쁘게 하고 슬픔을 더욱 슬프게 하는 힘이 있다. 사람이 감정을 다스리고 균형을 찾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음악은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곤 하는데 쉬운 예로 영화나 드라마 속 배경음악의 효과를 들 수 있다. 배경음악이 없는 영화를 어떻게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근래 들어선 음악을 외과적, 물리적 처치로 해결할 수 없는 인간의 정신적 갈등을 치유할 적극적인 치료방법의 도구로 사용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외국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긍정적 사례가 발표돼왔는데, 특히 언어 구사가 힘들 정도의 정신·지적 장애를 가진 이들이 음악을 통해 소통하는 경우도 많다. 신음에 가까운 음성이나 팔꿈치를 건드리는 것 등의 행위가 유일한 의사소통 방식이었던 이들이 음을 흥얼거리고 악기를 두드리는 방식으로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볼 때면 음악인인 필자도 매우 고무된다.

작년 이맘때쯤 모 신문사에서 주최한 ‘희망 나눔 콘서트’에서 노래한 적이 있다. 연주를 맡은 ‘하트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모든 구성원이 시각 장애를 갖고 있었다. 언뜻 지휘자도 없는 연주단체가 제대로 된 연주를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드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적어도 협연자로 호흡을 맞춘 필자는 아무런 문제도 느낄 수 없었다. 이들의 연주는 오히려 큰 감동을 주었는데, 특히 공연장의 모든 조명을 끈 어둠 속에서 울려 퍼지던 그들의 연주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아낌없는 박수를 이끌어냈다.

지난주. 필자는 정신과 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한 병원의 행사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그곳의 합창단은 반주자까지 모두 환자들로 구성돼 있었다. 그들이 노래를 부르며 서로 하나가 돼가는 모습은 음악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확실히 보여줬고, 그들의 ‘앙코르’는 그 어떤 호화로운 공연장에서 듣던 찬사와 박수보다도 값진 격려로 남았다.

음악치료의 효과를 말할 때 음악을 통한 정적인 감동이 긍정적인 기분을 만들어내 점차 신체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있고, 반대로 음악을 즐기면서 경험하는 생리적 과정이 좋은 기분을 만든다는 주장도 있다. 어느 쪽이 되었건 음악은 인간의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가장 좋은 치료제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테너)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