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봉제 유지 위해 과장 승진 거부권 달라는 현대重노조

올 임단협 요구안 전달
사측 "인사는 대상 아냐"



현대자동차에 이어 현대중공업 노조도 ‘승진 거부권’을 사측에 요구하고 나섰다. 과장급 이상으로 진행되는 구조조정과 연봉제 전환을 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다.

18일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 요구안에 사무직 조합원이 과장으로 승진하거나 생산직 과장급인 ‘기장’으로 승진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내용을 포함 시켜 회사 측에 전달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구조조정 위험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조합원의 요구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에도 과장급 이상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올해도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과장급이 되면 노조에서 자동 탈퇴하게 된다. 또 과장으로 승진하지 않으면 연봉제 대신 호봉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조에서 이 같은 요구를 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4년부터 과장급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이 같은 노조 측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 이는 인사권과 관련된 사항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승진과 같은 인사와 관련된 문제는 임단협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를 노조에서 주장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6년 임단협을 진행 중이다. 노조 측은 이외에도 기본급 9만6,000원 등 호봉승급분 포함 6.3% 임금인상과 성과급 250%를 요구하고 있다. 또 단협사항으로 △사외이사 추천권 △이사회 의결 사항 통보 및 중요 안건 사전 협의 △징계위원회 동수 구성 및 가부 동수시 부결 △조합원 100명 이상 해외연수 실시 등을 제시한 상태다.

이 같은 노조 요구를 회사 측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수주 절벽으로 채권단에 자구안까지 제출한 상황에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경영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비핵심 자산 매각,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생산설비의 단계적 잠정 가동 중단까지 고려하는 상황이다. 권오갑 사장은 노조와 만나 “회사가 생존 위기를 맞아 도크 가동중단이 현실화하고 있으며 조선 해양뿐 아니라 타 사업부서도 30% 이상 수주가 감소할 것”이라고 경영상황을 설명하며 노조 측의 협조를 구했다.

회사는 임단협에서 노조 측에 △조합원 자녀 우선 채용과 해외연수 중단 △임금피크제 확대 △20년 미만 장기근속 특별포상제 폐지 △ 미사용 생리휴가 수당 지급 중단 △탄력·선택적 근로시간제 실시 등을 요구한 상태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경영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노사 갈등마저 격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에도 해를 넘겨 협상을 타결했으며 지난해 역시 연말에서야 합의를 이뤘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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