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하마' 자율협약] 정치권 등에 업고 버텼는데...다시 벼랑 끝에 선 성동조선

< STX→SPP→다음은?>
2010년 자율협약 들어가 2조 쏟아붓고도 적자 허덕
채권銀 반대에도 정치권 압박에 수은서 추가 수혈
작년 이후 수주 '제로'...법정관리 땐 책임론 거셀 듯

지난 2010년 자율협약에 들어간 성동조선해양은 1년여 전인 지난해 5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위기에 몰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짓는 데 필요한 자금이 바닥나고 있었던 성동조선은 채권단에 4,200억원을 지원해달라며 다시 손을 벌렸다. 그러나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은 ‘지난 5년간 2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앞으로도 적자를 볼 게 뻔하다. 더 이상은 안 된다’며 추가 지원을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자 지역구 국회의원 등 정치권이 나서서 채권단에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군현 새누리당 의원은 성동조선의 생사를 결정할 채권단회의가 열리기 며칠 전 국회의원회관으로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등을 불러놓고 ‘성동조선해양 금융지원 긴급간담회’를 열어 성동조선에 대한 금융지원을 요청했다.

결국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은 단독지원 ‘총대’를 멨다. 곧바로 3,000억원을 수혈했으며 오는 2019년까지 모든 채권의 만기를 유예해주고 금리도 1~3%대로 낮춰줬다. 이에 더해 4,200억원의 추가 자금지원도 결의했다.

그러나 1년이 흐른 지금, 성동조선은 또다시 경영위기에 몰려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버틸 수 있는 일감은 남아 있지만 연내 의미 있는 규모의 수주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STX조선해양·SPP조선과 같이 법정관리나 청산 수순을 머지않아 밟을 가능성이 있다.


성동조선은 당장 올해 말부터 도크가 비게 될 SPP조선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성동조선은 공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배가 인도되면 선수금환급보증(RG) 문제도 해결된다”며 “당장 위기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50척 24억달러의 수주잔액을 보유하고 있어 1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예정대로 배가 인도되면 채권단이 기존에 약속한 4,200억원 외에 추가 지원은 필요 없다는 것이 성동조선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문제는 수주다. 지난해 11월 이후 한 건의 수주액도 올리지 못한 상태다. 연내 의미 있는 규모의 수주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성동조선의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1,000억원 이상 많고 총부채가 총자산보다 1조3,700억원 많다”며 “이는 회사의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불확실성”이라고 설명했다.

성동조선 역시 법정관리의 길을 걷게 된다면 대우조선해양이나 STX조선과 마찬가지로 책임론이 거세게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이후 2조원이 넘는 자금지원을 했지만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추가 지원이 이뤄질 때 채권단 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왔지만 번번이 지원 쪽으로 결론이 났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2012~2013년 성동조선이 일감확보를 위해 추가 수주에 나서는 것을 채권단이 견제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당시 저가 수주 물량이 발목을 잡아 지속적인 적자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성동조선에 대해 채권단이나 당국이 견제하기에는 정치권의 압력이 거셌다”고 회고했다.

한편 매각이 무산된 SPP조선은 청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서는 새로운 매수자를 찾아 재매각에 나서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조선업 시황이 삼라마이더스(SM)그룹과 매매계약을 추진했을 때보다 악화됐다”며 “신규 매수자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법정관리를 거치거나 아니면 곧바로 청산절차를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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