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따복하우스 '희망의 공간' 되길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

김진유 경기대 교수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이 돼줄 젊은 세대들이 취업난은 차치하고라도 기본적인 주거 안정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은 위기 중의 위기다. 주거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져가지만 여전히 주거복지정책의 효과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고시원이 서민주거시설이 된 지는 오래고 심지어 일부 도심에는 다가구주택 지하실을 불법 개조한 위험천만한 시설인 소위 ‘토끼굴’에 거주하는 젊은이들도 있다. 토끼굴은 창문도 없고 지상으로 난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어 화재나 침수가 발생했을 때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때에 청년층과 신혼부부·노인을 위해 오는 2020년까지 ‘따복하우스’ 1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경기도의 계획은 의미가 있다. 특히 다자녀 가정일수록 주거비 부담이 낮아지고 거주 기간은 길어지도록 설계해 주거복지정책이 인구정책과도 연계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따복하우스는 입주자에게 기본 40%의 임대보증금 이자를 지원하고 1자녀 출산 시 60%, 2자녀 출산 시 100%까지 확대함으로써 자녀 출산에 따른 가계 지출 증가를 일부 덜어주고 있다.

물론 따복하우스가 한 차원 높은 주거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보다 세심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도 있다.


우선 공동체 프로그램의 경우 운영 단계에서 예상되는 정책 실패를 고려해 유연한 설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남성의 육아 참여나 공동육아방 등은 지역 사정에 따라 활성화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공간이 마련되고 전문가들이 투입된다 해도 맞벌이 부부의 늦은 귀가, 시설 수준의 한계 등으로 민간시설 쪽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장기 미활용 부지나 주차장 등을 이용한 입체적 복합개발로 상층부에 따복하우스를 공급하겠다는 개발방식은 창의적이다. 그러나 주거환경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게 되면 ‘따뜻하고 복된 거주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기본 취지를 살리기 힘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신혼부부에게는 적절한 공간이겠으나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일반 아파트 단지에 제공되는 놀이터·공원 등이 없어 자녀 양육이나 교육 측면에서 부적절한 주거환경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입체복합형 따복하우스는 장기적 차원에서도 1∼2인 가구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가구를 중심으로 공급 계층을 한정할 필요가 있다.

그린벨트에 공급하는 경우 ‘기업형임대주택(뉴스테이)’과의 생활권 중복 등을 고려해야 한다. 현 정부도 적극 추진하는 뉴스테이는 중산층이 입주하는 임대단지로 그린벨트를 활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따복하우스와 생활권이 겹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두 임대 유형 간에 자연스러운 사회적 통합이 일어날 수 있도록 세심한 배치가 필요하다.

경기도의 따복하우스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주거복지정책을 실현하는 상징적인 사업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의가 크다. 따복하우스가 이 나라의 청년·신혼부부·노인에게 따뜻하고 행복한 안식처가 돼주기를 기대해본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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