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정부 및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이 침몰하느냐, 극적으로 부상하느냐의 양 갈래 길 앞에 섰다. 채권단은 지난 4일 채무 상환을 3개월 유예하는 방식의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하기로 의결했다. 조건은 3월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한 현대상선과 같다. 용선료 인하와 채무재조정, 해운동맹 가입이다. 세 가지 조건을 8월4일까지 마무리하지 못하면 법정관리로 가야 한다.
이와 관련, 은행권은 본격적으로 한진해운 부실 리스크 대비에 나섰다. 우리은행·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5월 말 기준으로 한진해운에 대한 여신을 현재의 ‘정상’ 또는 ‘요주의’ 단계에서 ‘고정’으로 재분류한다. 농협은행은 현재 한진해운 익스포저 760억원을 ‘정상’으로 분류해 18억원만 충당금을 적립해놓았지만 5월 말 기준 ‘고정’으로 재분류해 총 280억원가량의 충당금을 쌓는다.
우리은행 또한 현재 690억원인 한진해운 익스포저를 ‘요주의’로 분류해 273억원의 충당금을 쌓아놓았으나 다음달부터는 ‘고정’으로 분류해 총 여신의 절반가량을 충당금으로 쌓기로 했다. 현재 890억원의 한진해운 익스포저를 ‘요주의’로 분류하고 있는 KEB하나은행 또한 이 같은 방향으로 여신 재분류 작업에 착수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이미 4월 말 기준으로 한진해운 익스포저를 ‘회수의문’으로 분류, 총 580억원 익스포저 가운데 520억원을 충당금으로 쌓은 상태다. 사실상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까지 대비한 것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선박금융 100억원을 제외하고는 한진해운 익스포저가 아예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한진해운 리스크 대비에 나선 것은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타결을 분기점으로 한진해운 구조조정이 급속히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남은 기간은 불과 두달 남짓에 불과하다.
한진해운은 이달 제3 해운동맹인 ‘디(THE) 얼라이언스’ 출범 멤버에 이름을 올리며 용선료 인하와 채무재조정, 해운동맹 가입이라는 구조조정의 세 가지 조건 가운데 한 가지 조건은 충족한 상태다.
하지만 가장 큰 숙제인 용선료 협상에서는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사실상 협상을 마무리한 현대상선(5곳)과 달리 한진해운은 9곳의 선주들과 이제 협상 테이블을 꾸린 상황이다. 하지만 처음 테이블에서 마주했던 캐나다 시스팬이 공식적으로 “용선료 인하 불가” 방침을 밝혔다. 더욱이 한진해운은 현재 1,100억원 규모의 용선료를 미납하고 있어 용선료를 모두 갚은 뒤 협상을 진행했던 현대상선보다 상황이 더 어렵다.
용선료 협상이 꼬이면 채무재조정은 불가능하다. 용선료를 인하하지 못하면 매월 1,000억원씩 나가는 비용을 줄일 수 없게 되는데다 자율협약도 들어갈 수 없다. 따라서 한진해운의 운명은 두 달 안에 용선료 협상을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조건을 하나라도 만족 못 하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모두 법정관리로 간다는 대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윤홍우기자 세종=구경우기자 seoulbird@s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