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은 단식농성장?

"정부 지방 재정 개혁 반대"
성남시장 등 사흘째 집단 농성
광화문광장 이용 형평성 논란

서울시민의 쉼터이자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광화문광장이 단식농성장으로 변하고 있다.

정부의 지방 재정 개혁에 반대해 이재명 성남시장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가면서 성남시민은 물론이고 다른 목적의 시민단체들도 단식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성남시장과 일반 시민단체의 불공평한 광장 이용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9일 이 시장은 지방 재정 개혁 반대를 위한 단식농성을 사흘째 이어갔다. 성남·화성·수원 등 경기도 6개 시는 행정자치부가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 격차 완화를 위해 불교부단체에 대한 조정교부금 특례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 연 최대 8,000억원의 재정손실이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6개 시를 대표해 단식투쟁에 나선 이 시장은 이날도 흰색 천막 안에서 곡기를 끊은 채 ‘광화문 시정’을 이어갔다. 이 시장의 옆 천막 안에서는 성남시민의 동조 릴레이 단식농성까지 이어졌다. 특히 이 시장의 단식천막 바로 맞은편에는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인 코리아연대의 대표 양고은씨가 양심수에 대한 동조 단식을 사흘째 이어가는 등 최근 들어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이 집단 단식농성 장소로 변했다.

이 시장이 천막 안에서 단식하고 있는 반면 코리아연대의 양 대표는 그늘막 하나 없는 광장 야외에서 모자만 쓴 채 단식 중이다. 공교롭게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이 시장과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단식을 시작한 것. 양 대표는 “전날 너무 더워 파라솔이라도 하나 치려고 했으나 광장 시설물 설치 규정에 따라 저지당했다”고 말했다. 같은 곳에서 ‘단식투쟁’을 하고 있지만 이 시장은 천막 4개를 친 채 진행하고 있지만 일반 시민단체는 내리쬐는 오뉴월 뙤약볕에서 ‘법대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할 경우 별다른 신고 절차는 없지만 대신 시설물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 때문이다.

결국 광화문 광장 이용 규정이 힘없는 시민단체에는 엄격하고 지방자치단체에는 느슨한 것이어서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남시의 경우 오는 26일까지 지방자치 홍보 전시 목적으로 서울시로부터 광화문 광장 사용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날도 전시회가 아닌 이 시장의 단식농성만 이어졌다. 더구나 원래 장소도 이 시장이 단식을 시작한 지난 7일은 세종대왕상을 기준으로 남측에서만 허용됐다. 이후에는 북측 광장으로 옮겨야 하지만 성남시는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성남시에 광장 이용과 관련해 애초 목적을 지켜줄 것을 계속 전달 중”이라며 “광장 사용 허가 목적과 실제 이용 행위가 일치하지 않을 땐 행정대집행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성남시민단체들은 지방 재정 개혁에 반대하는 시민 94만명의 서명지를 트럭에 싣고 와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행자부에 전달했다. 반면 행자부는 이날 오후 지방 재정 개혁의 정당성을 알리는 내용을 부처 메인 홈페이지에 처음으로 게시하는 등 여론전에 나섰다. /한영일기자 han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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