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새 취급액 10조이상 급증... 카드론 경고음 커진다

은행들 대출심사 강화하자
카드론으로 이동 '풍선효과'
카드사 대출영업 강화도 한몫
가계빚 늘어 신용위험 커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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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최모씨는 지난해 말 은행에 신용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과거 다른 은행에서 대출금을 연체했던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인터넷 검색을 하다 ‘장기카드대출(카드론)’ 광고를 보게 됐다. 최씨가 대출상담사에게 문의하니 “1년 이상 신용카드만 소지하고 있으면 1,500만원까지 입금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새내기 직장인 김모씨는 올 초 한 카드사 텔레마케터로부터 카드론 제안 전화를 받았다. 생활비가 부족했던 김씨는 연금리 17%대에 중도상환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은 후 대출을 신청했고 이틀 후 통장으로 500만원이 입금됐다. 김씨는 이후 사정이 여의치 않아 카드론 대출 원리금을 연체했고 연체이자까지 내야 했다. 김씨는 결국 부모님에게 손을 벌려 원리금을 겨우 상환할 수 있었다.

가계부채 부실 우려가 카드론으로 옮겨붙고 있다. 최근 은행들이 신용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하는 반면 카드사들은 수익성 확대를 위해 카드론 대출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론 수요는 하반기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카드론 부실 여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론 취급액은 최근 4년 새 10조원 이상 급증했다. 지난 2012년 24조7,000억원이던 카드론 취급액은 지난해 35조1,000억원까지 늘어났다.


카드론이 이처럼 늘어나는 것은 카드사들의 영업 확장과 은행의 여신심사 강화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율이 최대 0.7%포인트 인하되면서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대출영업을 강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전업계 카드사의 카드론 이자수익은 2014년 2조6,327억원에서 지난해 2조9,320억원으로 11.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카드론은 은행 신용대출에 비해 금리가 높지만 대출 절차가 편리해 이용객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여신심사 강화도 카드론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부실 우려로 은행들의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은행들이 대출심사를 더욱 강화하는 추세가 나타난 것이다. 은행과 카드사 대출 고객은 신용등급에서 차이가 나지만 상당 부분 중첩되기도 한다. 카드 업계에 따르면 카드론 이용자의 20~30%가 신용등급 1~3등급인 고신용자다. 특히 카드사들이 고신용자에게는 서류를 까다롭게 요구하지 않고 7% 안팎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어 은행 이용객이 카드론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카드론이 급증하면서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3·4분기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전망’에서 “신용카드사들의 대출 태도가 완화되고 있다”며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신용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감독당국은 카드론 증가 추세가 아직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카드론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카드업계의 현금서비스가 줄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라며 “아직 부실화를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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