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 출마한 비박계 당권 주자인 정병국(오른쪽), 김용태 의원이 28일 충남 천안 웨딩홀에서 열린 충남도당 위원장 취임식에 참석해 후보 단일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박계 의원으로 새누리당의 차기 당 대표에 도전한 정병국·김용태 의원이 후보등록을 하루 남겨놓은 28일 단일화에 전격 합의했다. 이들 두 의원과 공동전선을 형성하기로 뜻을 모았던 주호영 의원은 “후보등록 이후에는 단일화를 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겨 새누리당의 이번 전당대회가 ‘다(多) 친박 대 단(單) 비박’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병국·김용태 의원은 이날 오후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8·9 전당대회가 새누리당 혁신의 마지막 기회이며 당을 위기로 몰아넣은 특정 계파패권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며 “단일후보 선정을 위한 여론조사 결과에 승복하고 단일후보가 당 대표가 될 수 있도록 끝까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의원은 28일 오후부터 29일 오후12시까지 두 개의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여론조사를 실시해 단일후보를 결정하기로 했다. 후보등록 이전에는 당원 명부를 제공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응답자 전원으로부터 지지 정당을 확인한 후 새누리당 지지층 70%, 일반 국민 30%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여론조사가 진행된다.
이처럼 비박계 의원들이 후보등록을 하루 앞두고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것은 당원 조직력에서 친박계에 비해 열세를 보이고 있는데 후보 난립으로 표가 분산되면 패배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단 후보등록을 마치고 나면 지지자들과의 정치적 신뢰를 감안해야 할 뿐 아니라 중도 사퇴하면 기탁금 1억원도 돌려받을 수 없다.
다만 최근 정병국·김용태 의원과 공동행동에 나서기로 합의했던 주호영 의원은 후보등록 이후로 단일화 가능성을 미뤄놓은 상태다. 주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친박계의 움직임을 보면서 (단일화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반면 친박으로 분류되는 이주영·이정현·한선교 의원 등은 단일화 없이 끝까지 경선을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비박계 주자들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주영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박계의 단일화 논의는 새누리당을 ‘계파의 투우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계파싸움으로 가면 새누리당은 몽둥이를 맞고 국민들로부터 퇴출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8·9 전대 구도가 ‘친박 다자후보 대 비박 단일후보’로 완성될 경우 당내 주류인 친박계 표심의 향방을 예측하기 힘들어지면서 당 대표 경선 역시 덩달아 ‘안갯속’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표가 되겠다고 나온 후보들 가운데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며 “계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지원할 만한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