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타결 이후] 타결 기쁨도 잠시… 미국의회 벽 부딪친 TPP

"기대 못미쳐" 냉랭한 반응

5일(현지시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미국 의회와 일부 대선 주자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내년 봄쯤으로 예상되는 의회 비준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더구나 내년에는 미 대선까지 치러진다. 이 때문에 미 정치권이 유권자들 눈치를 보느라 TPP 처리를 차기 행정부로 넘기면서 발효 시기도 오는 2017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로이터에 따르면 협상안 발표 첫날 미 의회는 "협상안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냉랭한 반응을 보이거나 유보적인 자세를 나타냈다. 대다수 민주당 의원은 미 제조업 일자리가 위협받고 환경 규제가 약화될 것이라며 TPP 체결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공화당은 대체로 TPP에 찬성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미국이 신약 특허 보호기간 등 지적재산권 조항을 양보하고 담배회사가 다른 나라의 금연 캠페인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길이 막혔다며 성토하고 있다. 특히 사실상 일본을 겨냥한 환율조작국 지정 문제가 논의조차 되지 않은 게 양당 의원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일부 대선 주자들도 포문을 날렸다. 민주당 후보인 버니 샌더스(버몬트ㆍ무소속)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월스트리트와 다국적 기업들이 이번에도 승리했다"며 "미 소비자와 노동자들에게 재앙적인 피해를 초래할 TPP 협상안을 무산시키기 위해 상원에서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공화당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과 정부·의회의 무능과 부정직이 미국의 일자리와 생계를 위험에 처하게 할 것"이라며 "협정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중국·일본 등 다른 나라와 미국 대기업뿐"이라고 비난했다.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는 국무장관 재직 시절 TPP를 지지했던 것과 달리 올 6월 TPP 관련 핵심 법률 조항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지지율 하락 위기에 몰린 클린턴 전 장관이 노조 등의 표를 얻기 위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등을 돌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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