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첩보전 희생양으로 알려진 이란의 핵물리학자가 끝내 처형됐다 /출처= YTN 캡쳐
미국과 이란 간의 ‘첩보전 희생양’으로 알려진 이란의 핵물리학자 샤흐람 아미리가 처형됐다. 그의 죽음으로 그동안 논란이 됐던 송환 배경과 기밀 유출 여부 등은 미스테리로 남게 됐다. 지난 7일 이란 정부는 핵물리학자 샤흐람 아미리가 지난 3일 교수형에 처했다고 밝혔다. 중요 국가정보를 적에게 제공했다는 혐의였다. 아미리의 가족들도 시신을 인계받아 장례를 치렀다고 밝혔다.
샤흐람 아미리는 이란의 젊은 핵물리학자로 지난 2009년 5월 성지 순례차 찾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실종됐다. 핵개발 프로그램을 두고 미국과 이란의 첩보전이 치열하던 당시, 이란은 미국의 납치설을 주장했지만 미국은 아미리가 자발적으로 망명해 이란의 핵 프로그램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1년이 지난 2010년 6월, 그는 유튜브를 통해 “마취 주사를 맞고 납치돼 미국으로 끌려왔으며 고문과 회유를 받으면서 핵 관련 정보를 넘길 것을 강요받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리고 한달 뒤 미국 워싱턴의 파키스탄 대사관에 나타난 아미리는 이란으로 송환시켜달라고 요구했고 마침내 귀국했다.
이란 정부는 미국의 회유를 뿌리치고 1년 만에 돌아온 그를 영웅 대접했다. 아미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이 핵 프로그램 정보를 주면 5,000만달러를 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란 정부는 그가 이란의 ‘이중첩자’ 노릇을 하며 미국을 상대로 한 첩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1년 5월 이란정부는 아미리를 반역죄로 체포했다. 핵 프로그램에 관련된 사람들의 명단을 미국에 제공했다는 것이었다. 10년형을 선고받은 아미리는 비밀 장소에 수감됐고 결국 처형됐다.
한편 미국의 주장은 정반대다.
미 정부는 아미리가 몇 년간 CIA 정보원으로 일하며 핵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건넸고 임무가 끝난 뒤 자발적으로 미국으로 망명한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은 “아미리는 자발적으로 미국에 왔고 마음대로 (양국을) 오갈 수 있다”면서 납치설을 일축했다. 오히려 이란 정부가 망명한 아미리를 회유하려 가족을 볼모로 협박했기 때문에 아미리가 유튜브에 ‘거짓 폭로’까지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미리의 죽음을 둘러싸고 젊은 핵물리학자가 미국과 이란의 첩보전에 희생양이 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의 죽음으로 구체적인 망명과 송환 배경, 기밀 유출 여부는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이효정기자 kacy95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