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크라우드펀딩 성공열쇠는 '신뢰'

이동엽 금융감독원 부원장

이동엽 금융감독원 부원장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온라인 소액투자)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사업계획을 세운 기업이 다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제도다. 올해 1월 도입 이후 13개 중개업체가 등록을 완료해 온라인 펀딩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약 60개 창업기업이 100억원 이상의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크라우드펀딩은 창업기업의 실적에 따라 투자자의 희비가 뚜렷하게 갈린다. 지난해 7월 영국에서는 시간제전기차공유업체(이카클럽)의 10만파운드 규모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63명의 투자자들이 몇 배의 이익을 얻으며 투자금 회수에 성공했다. 반면 올해 2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82만파운드를 조달한 재무관리프로그램업체(리버스)는 도산하면서 100여명의 주주들이 투자금 회수에 실패했다.


크라우드펀딩은 창업기업과 다수의 일반투자자가 만나게 되는 금융수단이라는 점에서 자금조달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의 균형을 ‘시소’처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도 크라우드펀딩 활성화와 관련해 기업 성장 지원과 투자자 보호 간 균형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의 외연을 확장하면서도 내실을 공고히 다져 창업기업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투자자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 핵심 과제다.

크라우드펀딩 생태계의 외연은 연계 산업을 통해 커질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의 본질은 온라인을 통한 창업기업의 자금조달 중개다. 중개 업체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창업기업에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해주거나 부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능하다. 영국에서는 지난 2011년부터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시작되며 생태계가 자생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실제 영국 중개업체들은 크라우드펀딩 성공 기업의 상품유통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아마존의 창업기업 전문 상품판매·홍보통로가 ‘론치패드’에 크라우드펀딩 성공 기업이 개발한 상품을 내보이는 방식이다. 크라우드펀딩을 원하는 창업기업의 분석정보를 제공하는 전문 리서치 기관(크라우드레이팅)도 등장했다.

창업기업이 증권 발행과 자금조달 과정에서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등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내실을 다질 필요도 있다. 이미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창업기업을 통해 사업계획·인력·특허 관련 사항을 게재하고 중개업체는 사실 확인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 외에도 창업기업의 특성에 따라 중개업체가 더 많은 정보를 검증한다면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는 더 두터워질 것이다.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가 알린 투자 위험 관련 내용도 단순히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한 안내를 넘어 창업기업별 특성을 충분하게 숙지할 수 있도록 충실히 담아줘야 한다.

창업기업이 투자를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도 처음에는 어렵게 투자를 유치했다고 한다. 크라우드펀딩은 창업기업에 새로운 자금조달 대안을 제시하고 일반투자자에게는 유망 창업기업에 대한 초기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상생의 금융이 될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 생태계 성장으로 새로운 창업기업의 성공신화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