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의 올 상반기 민간부분 고정자산 투자는 전년 대비 2.8% 증가에 그쳤다. WSJ는 이같은 증가율은 지난 10년간 민간 투자가 연평균 30%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위축된 규모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에는 2004년 관련 수치 조사 시작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WSJ는 12일 발표될 7월 민간 자본재 투자 역시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시진핑 정부는 경제 회생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과잉공급 분야의 개혁 고삐를 조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구조조정 여파로 경기 회복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에 국영 기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 확대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상반기 국영기업 투자는 23% 늘었다. 하지만 정작 민간 부분 투자가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서 경기가 좀처럼 회복 탄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민간 투자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 전망 불확실성과 금융 시장 불안에 따른 부도 우려 가능성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에 발생한 중국 기업 회사채 부도 건수는 34개로 지난해 두 배 수준에 육박했다고 WSJ는 지적했다.
불확실한 전망 탓에 기업들은 투자 대신 현금을 쌓아두기에 급급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기업들의 2·4분기 사내 유보금은 전년동기 대비 18% 늘어난 1조2,000억 달러로 6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고 진단했다. 기업들은 현금이 넘쳐나는데 막상 이 자금이 투자로 선순환하지 않으면서 중국 경제 활력소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샤오추 인민대 교수는 “중국이 수출 중심의 경제에서 내수 중심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아직 내수가 뚜렷하게 경제를 이끌지 못하고 있다”면서 “과도기적인 과정에 정부와 민간 영역에서 적극적인 투자로 경기 회복의 단초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연내 대대적인 경기부양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다섯 차례 금리 인하와 네 차례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했지만 올해는 3월 한차례 지준율 인하에 그친 점에 비춰 하반기에 금리나 지준율을 한두차례 인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