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설문으로 드러난 젊은 2~3세의 고민은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었다. 자신이 책임져야 할 그룹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걱정과 함께 반기업 정서, 규제, 법인세 같은 기업환경에 대한 우려가 컸다. 특히 기업상속 문제에 대해서는 막대한 승계비용을 의식한 듯 “해외에 비해 부족하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설문은 20개 그룹이라고는 하지만 10대 그룹 상당수가 포함돼 있고 제조와 유통·운송 분야가 모두 들어 있다. 경영 전면에 나선 이도 일부 있지만 현재 회사에서 그룹경영을 배워나가는 이들의 생각이라는 점에서 재계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다.
우선 제일 유망하다고 판단해 투자 의사가 있는 분야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6명이 사물인터넷(IoT)을 선택했다. 바이오와 인공지능(AI)은 각각 5명으로 뒤를 이었다. 젊은 2~3세들답게 4차 산업혁명의 핵심만을 골랐다.
IoT는 AI와 함께 미래 핵심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AI를 IoT로 연결해 스마트홈과 스마트카·스마트시티 구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고령화를 감안하면 바이오도 앞날이 밝다. 최근 삼성과 SK·코오롱 등이 앞다퉈 투자를 늘리고 있는 분야다. 스마트카를 고른 이도 3명 있었고 ‘포켓몬 고’로 유명해진 증강현실(AR)을 택한 젊은 오너도 1명 있었다.
하지만 현실의 투자환경은 좋지 못하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정부의 투자 요청이 구호성이 아닌 실제 투자와 고용 확대로 이뤄지기 위한 방안을 묻자 65%에 해당하는 13명이 ‘실질적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래의 흐름에 걸맞은 새로운 사업을 하려 해도 규제에 가로막힌 답답한 현실을 토로한 셈이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대 국회 개원 후 두 달간의 규제온도를 재보니 -53.1도로 19대의 -43.9도보다 10도가량 낮아졌다.
노동개혁을 주문한 사람은 의외로 3명에 그쳤고 세제 혜택이나 연구개발(R&D)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도 각각 1명씩이었다. 젊은 오너가의 특성상 정부나 외부로부터의 지원보다는 스스로 길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부담이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겠다는 야당의 법 개정안에 대해 ‘법인세 인상은 경쟁력 약화로 연결돼 불가’하다는 응답이 12명(60%)으로 가장 많았다. 전향적인 의견도 적지 않았다. 젊은 오너가답게 ‘인상은 필요하나 폭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답도 7명이나 됐다. 선대 경영인들과는 차별되는 부분이다. 과격한 ‘법인세는 기업 경쟁력과 무관하다’는 이도 1명 있었다.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 민주화’에 대해서는 절반인 10명이 ‘포퓰리즘적 용어’라고 답했고 ‘필요하기는 하나 현 경제 상황에서는 어려운 목표’라는 응답이 5명으로 뒤를 이었다.
외부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주를 이뤘다. 세계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시기를 ‘2018년 하반기’로 답한 이가 8명, ‘2019년 이후’가 6명이었다.
이 같은 세계 경제의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의 경기회복은 ‘2019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답이 12명이었고 2018년 하반기를 고른 이가 4명이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는 향후 2~3년 내에도 지금과 같은 ‘6%대 성장’을 할 것이라는 대답이 11명으로 1위였고 ‘5%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도 9명이나 돼 중국 경기를 좋지 않게 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