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분양 후 중도금 대출…대법원 “사기대출 아니다”

벽산건설 회장 등 무죄 확정
사내분양이라도 진정한 분양계약이라면 중도금 대출 불법 아냐

건설사가 미분양 아파트를 직원에게 계약하도록 한 뒤 중도금 대출을 받은 것을 사기 대출로 볼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사내 분양이라 하더라도 분양 계약 자체가 허위가 아닌 이상 가짜 계약자를 내세우는 허위계약은 아니라는 취지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7일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희철 벽산건설 회장과 김인상 전 벽산건설 대표의 상고심에서 두 사람을 무죄라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회장 등은 2008년 하반기에 벽산건설이 시공하고 있던 일산 식사지구 블루밍 위시티 아파트가 미분양으로 자금난을 겪자 직원들에게 아파트를 분양계약하도록 했다. 분양계약과 중도금 대출 이자는 회사가 내고 계약을 하면 100만원씩 인센티브를 주는 조건이었다. 이를 통해 벽산 건설은 154명의 직원 명의로 분양계약을 해 회사 계좌로 은행에서 총 696억1,402만원의 중도금 대출을 받았다.

검찰은 이러한 벽산건설의 중도금 대출이 금융기관을 상대로한 사기죄에 해당한다며 김 회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김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김 전 대표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다만 2심과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분양 계약은 벽산 건설에 의해 주도된 사내분양이기는 하지만 직원들에게는 적어도 분양계약 당사자로서 계약에 따른 권리를 가지고 책임을 부담한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직원 명의를 차용한 허위 분양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금융기관들이 이번 분양이 벽산건설에 의해 주되돈 사내분양인 것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중도금 대출을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다고 할 수 없어 금융기관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이 부작위에 의한 사기죄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