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바로미터’ 구리값 급락...글로벌 경기둔화 짙어지나

中 수요급감·공급과잉 맞물려
전세계 재고량 10개월래 최고
구리값 파운드당 2.08弗로 뚝
투기세력·헤지펀드 선물매도 등
추가 가격하락에 베팅 나서
연말까지 2弗 이하로 하락 전망

세계 경제의 선행지표인 구리 가격이 중국의 수요급감과 공급과잉이 맞물리면서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사회기반시설 구축 공사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구리 값 하락은 글로벌 경기둔화의 늪이 한층 깊어질 수 있다는 경고등으로까지 받아들여진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국제 구리 재고량이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고 런던금속거래소(LME)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구리 재고 급증의 원인으로는 중국의 수입감소가 첫손에 꼽혔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정제구리 수입은 25만1,000톤으로 17개월래 최저수준에 그쳤다. 반면 공급은 오히려 늘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조사를 보면 올해 전 세계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구리 생산업체 20곳의 생산량이 전년 대비 5% 증가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도 구리 공급이 오는 2020년까지 수요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코메르츠방크는 지난 24일 보고서에서 “중국에서 빠져나온 구리가 창고에 쌓이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는 이달에도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리는 각종 산업현장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원자재여서 글로벌 경제의 향방을 가늠하는 지표로도 활용된다.

국제 투기세력과 헤지펀드는 구리에 대해 쇼트포지션(선물매도)을 취하는 등 추가 가격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23일 4,991계약의 구리 선물매도와 풋옵션 계약이 체결됐는데 이는 전주의 2,237계약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시장에서는 올해 말까지 구리 가격이 1파운드(454g)당 2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지난주 뉴욕 상품거래소(COMEX)에서 구리 가격은 전주 대비 4.3% 하락한 파운드당 2.08달러에 거래됐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달 초 글로벌 구리 시장에 공급과잉 폭풍이 몰아치면서 구리 가격이 1톤당 4,000달러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구리 선물 가격은 1톤당 4,800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변수는 있다. 미국 대통령선거와 일본 정부의 무제한적 경기부양책에 따른 사회간접자본(SOC) 수요다. 미국 대선후보들은 집권시 SOC 투자를 늘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최근 SOC 투자에 6조2,000억엔(약 68조2,000억원)을 쏟아붓는 내용의 부양책을 발표했다.

캐나다 토론토 소재 캘드웰증권의 펀드매니저인 존 킨제이는 “구리는 인프라 건설에 매우 중요한 원자재”라며 “만약 미국이나 일본 정부가 공약대로 기존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유지 보수하거나 신축하기로 결정한다면 세계적인 구리 수요를 늘리고 글로벌 경기를 부양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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