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줄무늬 프로젝트(Stripe Project)’, 알루미늄 위에 시트지 등, 91.5x91.5㎝, 2015년작. /사진제공=갤러리시몬
“건축이라는 단어가 한 번 지으면 부수기 어려운 견고한 인상을 가진 것과 달리 한국 사회에서 대부분의 건축은 ‘재건축 연한 30년’이 말해주듯 임시건축이다”라는 작가의 말이 콘크리트의 무게만큼이나 묵직하다. 작가 김지은은 종로구 자하문로 갤러리시몬에서 30일 개막해 오는 10월28일까지 계속될 개인전에 ‘변덕스러운 땅’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땅의 용도가 언제 어떻게 변경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변덕스러운 자본의 추이에 대응하기 위해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 같은 가건물들이 개발을 기다리고 있는 풍경”이나 “누구나 욕망하는 ‘아파트’가 쓰레기더미처럼 무너져 내린 공사장 풍경”에는 현대사회에 대한 날 선 비판의식이 담겨 있다. 그는 일상적 풍경 이면에 깔린 보이지 않는 힘의 구조, 제도화된 풍경 뒤 모순된 법제 등에 관심을 가져왔다. 예부터 군사기밀로 여겨졌던 지도는 자본주의하에서 도시계획가의 시선으로 재구축된다는 점을 포착한 작가는 부동산 논리에 의해 시시각각 바뀌는 지도를 여러 개의 층으로 겹쳐 그리기도 했다. 비판은 매섭지만 이를 조형적으로 시각화한 결과물은 다분히 아름답고 탐난다. 서울대 서양화과 출신인 김지은은 미국 크랜브룩아카데미와 스코히건회화조각학교를 졸업한 후 삼성미술관 리움의 ‘아트스펙트럼’전과 두산 연강예술상, 홍콩 에스파스 루이비통 ‘우마드 코드’전 등을 통해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