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굶주린 사람을 위해 먹을 것을 나눠주고 가난한 이들을 끌어안았던 빈자의 성녀. 오는 4일 마더 테레사를 성인(聖人)으로 추대하는 시성식을 앞두고 ‘환영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하고, 보살핌 받지 못하는’ 이들의 소중한 빵 한 조각이요 물 한 모금이 되었던 그의 삶을 돌아보는 책이 나왔다.
‘먼저 먹이라’는 마더 테레사의 서성식을 기념하며 50년 넘는 세월 그가 보여주었던 말과 행동을 엮은 책이다. 편저자인 브라이언 콜로제이축 신부는 마더 테레사의 시복·시성 청원자로 1997년 마더 테레사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20년간 함께 활동한 최측근이다.
책은 마더 테레사가 행한 다양한 활동(일화)과 목격자·측근의 증언, 그의 편지나 연설·인터뷰, 그리고 독자의 성찰을 위한 짧은 기도문을 담고 있다. 400여 페이지의 내용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세상의 굶주림은 빵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는 가르침이다. “사람들은 빵뿐만 아니라 사랑에 대해서도 굶주리고 있다.” 보통은 사랑의 궁핍으로 인한 고통을 가난이라고 말하지 않지만, 마더 테레사는 이런 유형의 가난이 “없애기 훨씬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부자나라, 가난한 나라 가릴 것 없이 모든 계급·종교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에게서 다른 유형의 굶주림을 발견한 것이다. 마더 테레사가 본 빈곤은 비단 빵에 대한 것만이 아닌 사랑에 관한 문제였다.
관심과 사랑은 기적을 낳기도 한다. 런던 빈민가를 걷고 있던 어느 날, 마더 테레사는 슬픈 표정을 짓고 처참한 몰골로 앉아 있는 남자를 보았다. 그에게 다가가 손을 잡으며 몸이 어떤지 묻자 그는 말했다. “오, 정말 오랜만에 사람의 따스한 손길을 느껴봅니다. 누군가 나를 잡아주는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 다음 순간 그의 눈이 환해지더니 몸을 세워 똑바로 일어나 앉았다. 그는 아주 긴 시간 동안 인간적인 사랑의 표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는 여러분에게 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어떤 것, 가지고 싶은 어떤 것을 희생해주었으면 합니다.” 너무 가난하지만, 더 가난한 이들을 위해 부모 없는 아이들의 옷을 빨고 싶다던 한 여인이 있었다. 마더 테레사는 그녀를 소개하며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주었기에 그 여인은 수천 루피보다 값진 것을 내게 준 것”이라고 말한다. 내일이면 이미 죽은 자가 될지도 모르는 이들에게 물리적·정신적 빵과 물이 필요한 것은 바로 지금, 오늘이다. 그렇게 매일 매일을 살다 간 성녀의 가르침은 탐욕과 무관심이 팽배한 이 시대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1만 7,000원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