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섭 창원조각비엔날레 예술감독
“사극을 보면 신하들이 ‘억조창생’을 굽어살피소서’라며 임금에게 고하는데 이는 가엾은 백성을 염두에 두시라는 뜻입니다. 이번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수많은 사물에 생명을 부여한다는 ‘억조창생’을 주제로 미술계 전문가뿐 아니라 대중도 즐길 수 있는 전시로 꾸며집니다.”오는 22일 창원 용지호수공원·성산아트홀 등에서 개막해 10월23일까지 열리는 제3회 창원조각비엔날레에 대해 윤진섭 예술감독은 5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으로 전시 주제를 발표했다.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창원(마산)이 고향인 조각가 문신을 계기로 열린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으로 출발해 2012년부터 격년제로 열리는 국제미술제다.
윤 예술감독은 “올해가 다다이즘(Dada·반(反)예술과 반이성을 표방한 예술운동)이 생겨난 지 100주년이고 마르셀 뒤샹이 변기를 전시장에 내놓음으로써 미술의 패러다임을 ‘재현’에서 ‘제시’로 바꾼 지 100년이 된 때”라며 “그러나 이로 인해 현대미술이 지나치게 난해해지는 경향이 지적된 만큼 이번 행사로 일상적 사물에 예술적 의미를 부여해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노력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야외조각전이 열리는 용지호수공원 주변에는 국내외 30여 작가의 작품이 설치된다. 작품 한 점이 15억원 이상인 이탈리아 조각가 밈모 팔라디노의 대표작 ‘말’을 비롯해 ‘붉은 조각상’으로 유명한 중국의 천원링 등이 참여한다. 생태학과 문명의 미래를 주제로 작업해온 조각가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는 항구도시인 창원과 마산·진해 등지에서 수집한 부표를 재활용해 21m짜리 대형 ‘재활용 조각’을 제작해 용지호수에 띄울 계획이다. 야외전시장에서 전통적인 조각 작품들을 만난다면 실내전시장인 성산아트홀에는 ‘오브제-물질적 상상력’을 제목으로 전위적인 작가들의 설치 작품들이 놓인다. 또 문신미술관에서는 김종영·문신 등 근현대 대표 조각가 5인의 특별전이 열린다.
국제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이며 호주 시드니대 명예교수인 윤 예술감독은 세계 미술 시장에서 ‘단색화’ 열풍이 일어난 발화점 격인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단색화전’을 기획했고 1970~1980년대 아방가르드 미술운동에도 깊숙이 관여한 전문가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