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질서가 재편된 요즘 이 두 나라의 정책과 지도자는 세계인의 관심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의 경우 지정학적으로 중국의 동향에 대해서 더욱 민감한 데다 중국이 대국굴기(大國嵋起·강대국으로 부상)를 위한 주동작위(主動作爲·제 할 일을 주도적으로 함)를 스스럼없이 표출하고 있어 중국에 대한 이해와 판단이 더없이 중요하다.
신간 ‘도올, 시진핑을 말한다’는 현대 중국이 형성해온 역사와 권력구조를 지탱하는 다양한 요소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가능하도록 돕는다.
2005년 중국 하얼삔역 앞에서의 도올
도올은 오늘날 중국정치를 바라보는 가장 긴요한 핵심은 ‘시진핑이라는 인간, 그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시진핑이라는 한 인간의 총체적 이해가 없이는 시진핑이 형성하고 추진해나가고 있는 중국역사의 족적은 바르게 분석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저자는 청소년기부터 고난의 환경에 처해있었던 시진핑의 성장 과정과 그가 당의 핵심일꾼으로서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태도와 능력을 살펴보면서 시진핑의 진면모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또 중국 전통문화의 매력인 인문정신이 한껏 녹아있는 시진핑의 삶의 태도를 확인하면서 그 내면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2012년 중국 18차 당대회. 왼쪽에서 네번째가 시진핑
젊은 시절의 시진핑
시진핑의 아버지 시종쉰
이 책은 중국의 권력구조와 정치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도 유용하다. 중국에서 공산당, 인민해방군,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당·군·국가의 위상과 체계는 어떠한지, 서방에서 주로 비판적 어조로 쓰는 ‘일당독재’라는 공산당의 전정체제는 과연 무엇인지, 인치와 법치는 원래 무슨 의미였는지 그리고 현재는 중국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민주와 민본, 민의와 공의는 중국적 맥락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등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명료한 이해가 가능하도록 자세한 설명과 논평을 곁들였다.
책의 절반가량에 달하는 부록 ‘시중쉰과 시진핑의 삶을 통해서 본 중국현대사 연표’는 1911년 신해혁명부터 2016년 현재에 이르는 중국의 현대사를 총정리한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변화해온 모습, 그 변화무쌍한 혁명과 전쟁, 해방과 개방의 격동시대가 시간순서대로 정리돼 있어 보기에 일목요연하다. 여기에서 도올은 중국 현지에서 수집한 역사의 현장이 그대로 드러나는 메달과 배지 등을 적절히 활용했으며 우리의 주체적 정서와 현재적 감각을 동원해 엄정한 비평도 가했다.
2012년 11월15일 중국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9대 총서기로 당선된 직후의 시진핑
도올은 또 중국의 현 정치를 몇몇 당파의 권력 투쟁의 틀로 분석하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강파(江派·강택민계열의 파벌)’, ‘단파(團派·공청단계열의 사람들로 후진타오 원자바오 중심의 파벌)’, ‘태자당(太子黨·고급간부자제들의 파벌)’ 간의 대립, 알력 등을 서슴지 않고 운운하며 “태자당과 단파간의 알력이 심화됐다”, “태자당이 강파에 대한 반격을 시작했다” 등의 언론의 중국 보도 사례에 대해 ‘개소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표현은 중국정치의 실상에 대한 정당한 개념적 장치가 아니라는 것. 사실 중국이 개방을 했다고 해도 중국 사정에 대해 속 시원하게 아는 이들은 많지 않으며, 중국에서 거주한다고 해도 중국 정치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중국 정치의 실제와는 괴리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한 정확하고 심도 깊은 이해가 절실한 요즘, ’도올, 시진핑을 말한다‘는 중국에 대한 가장 깊고 넓은 이해를 돕는 저서 중 하나로 권할 만하다.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