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등기이사로]"위기 확산땐 그룹 전반 신뢰 하락" 조직, 인사쇄신으로 정면돌파

글로벌 시장 납득할 특단의 대책 조만간 내놓고
M&A 등 사업재편 가속...공격적 투자 이어갈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통해 결국 경영 전면에 나섰다. 주력 부문인 스마트폰 사업에서 ‘갤럭시노트7’ 화재로 난관이 예상되면서 책임경영을 통해 어려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사내 등기이사는 권오현 부회장(DS부문장)과 윤부근 사장(CE부문장), 신종균 사장(IM부문장), 이상훈 사장(경영지원실장) 체제였다. 이재용 등기이사 선임 가능성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와병으로 장기간 경영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고 대신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전반에 걸쳐 속도감 있는 사업구조 재편과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진행돼왔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사내이사가 되면 경영상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이고 보수까지 공개해야 한다. 이 때문에 오너가 출신 2~3세 등은 등기이사 선임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등기임원의 5억원 이상 보수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삼성그룹에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하게 등기이사에 올라 있다.

그럼에도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려는 것은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 사태를 조기에 차단하지 않으면 그룹 전체로 위기가 번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화재에 대한 전면 리콜 결정에도 사고가 계속되자 미국 등 각국은 사용 중지 권고 등을 내렸다. 미국에서는 문제가 된 노트7뿐만 아니라 삼성 휴대폰 전체에 대한 판매 금지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등장했다. 스마트폰 판매가 타격을 입으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부품 등 다른 부문까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상황 자체가 삼성이라는 브랜드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는 품질 문제를 본인이 등기이사로서 책임을 지고 전면에서 수습할 수밖에 없는 국면으로 번진 것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갤럭시S7·엣지의 인기에 더해 갤럭시노트7의 인기까지 더해져 올해 영업익이 3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갤럭시노트7의 화재사고가 이어지면서 하반기 영업이익이 최소 1조원가량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의 책임경영이 어떤 부문에서 시작될지 관심을 모은다. 갤럭시노트7 사태의 전면 리콜 결정 외에 그룹의 신뢰를 끌어올릴 특단의 추가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가 된 노트7의 리콜을 넘어서서 보다 큰 그림에서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얘기다.

같은 줄기에서 이 부회장이 강조해온 주주 친화정책도 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 주총에서 의장직 선임 대상을 이사회의 모든 구성원으로 넓히는 내용을 담은 정관변경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어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등을 진행해 주주 가치를 높였다.

스마트폰 사업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나머지 사업 부문에 대한 경쟁력 강화 움직임 역시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갤럭시노트7 사태로 대규모 영업이익 감소 등 비상경영 상황이지만 미래 먹거리인 3차원(3D) 낸드플래시 메모리와 스마트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패널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더 늘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2·4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투자액이 지난해(25조5,200억원)보다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며 하반기 약 17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예고한 바 있다. 하반기 기준으로 하면 9분기 만에 가장 많은 금액이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부문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48단으로 쌓은 3세대 3D 낸드를 양산하고 있지만 경쟁사인 인텔이 중국에서 3D 낸드 양산에 돌입한다고 밝히고 도시바가 64단 3D 낸드를 개발했다며 내년 상반기 양산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압도적 우위를 가진 스마트폰용 올레드 패널 시장에서도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으로 이번 책임경영을 통해 본격적으로 나섬으로써 그룹 전체의 조직 및 인사 쇄신과 함께 경영권 승계 작업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향후 삼성물산 및 삼성전자의 사업회사와 지주회사의 분할, 그리고 이들 지주회사의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 사업회사를 거느리는 삼성그룹 지주회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이 주목된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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