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WSJ "김정은, 김일성 따라 서민적 이미지 부각…'노련한 독재자'"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이 김정은 북한 노동장 위원장이 김일성의 정책을 따라 하고 있다며 ‘노련한 독재자’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어리고 미숙한 지도자가 아닌 ‘노련한 독재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8일(현지시각)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정은이 북한에서 숭배받고 있는 김일성의 선전 정책, 경제 정책, 패션·헤어 스타일까지 따라 하고 있다며 어리고 미숙하다는 전반적인 평가와 달리 계획적이고 노련한 독재자일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했다.

WSJ는 특히 김정은이 김일성과 마찬가지로 정적들을 숙청하며 생긴 무자비하고 잔인한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서민적인 모습을 부각하거나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한편, 핵 개발과 경제 성장을 함께 도모하는 ‘투트랙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정권을 장악했던 김일성은 한국전쟁 이후 중공업과 광물자원 개발에 집중하는 등 경제 정책에 집중한 반면, 김정일은 군을 우선시하는 선군정치와 경제적 내핍 정책을 표방했다. 김정은은 자신의 권력을 공고화하기 위해 아버지인 김정일보다는 할아버지 김일성의 정책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WSJ는 김정은이 최근 평양에서 주택 및 도시 건설사업을 대규모로 진행하고 있고, 잠재적 세수 확보를 목표로 제한적으로 시장경제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최근 북한에서는 김정은이 장마당이나 소규모 자영업을 용인하면서 그동안 거래가 금지됐던 중국산 스마트폰이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한데도 빠르게 팔려나가고 있다.

또 WSJ의 분석대로 고모부 장성택 등 정적들을 숙청하며 생긴 잔인한 이미지를 감추기 위해 김정은은 잘못된 일기예보를 한 관리를 질책하고 놀이공원에서 잡초를 뽑는 등 서민적인 이미지의 사진들을 의도적으로 노출하기도 했다.

WSJ는 정적을 숙청하는 김정은의 행보는 당의 권위를 높여 주민 지배력을 높이려 한 김일성의 정책을 따르고 있는 것이라며 줄어든 군대의 역할을 대신하기 위해 김정은이 김일성의 목표이기도 했던 대량파괴무기의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일성은 구소련의 지원을 받아 핵 개발을 시작했지만, 김일성 사후 북한은 제네바 협상을 통해 영변 핵시설 동결 등에 합의한 바 있다.

또 WSJ는 김정일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대북 원조와 안보에 대한 외교적 협상 카드로 활용한 반면, 김정은은 군부를 장악하고 남한을 위협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준기자 gogunda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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