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좋아하는 음악가도 많았다. 그중 작곡가 무소르그스키는 보드카를 좋아한 나머지 결국 알코올 중독 환자가 되고, 치료 중에도 술을 마셔 42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스트레스를 술로 이겨 내려다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음악가 중 연주가들은 짧은 시간 안에 매우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공연이 시작되고 자신이 무대로 나가기 바로 직전에 몰려오는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물론 대부분 연주자가 이 긴장감을 이겨내고 무대에 서 자신의 기량을 펼치기 때문에 연주가라는 직업을 유지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공연하는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쏟아내야만 하는 매우 힘든 일이다.
그래서 연주자들은 오래전부터 자신들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1950~60년대를 풍미한 최고의 테너 쥬세페 디 스테파노는 유흥과 여색을 좋아했다고 하는데 그의 전성기가 다른 테너들에 비해 짧았던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 후세의 평가다. 또 많은 성악가들이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많다. 성악가는 좋은 컨디션의 목소리를 위해 술이나 담배도 조심해야 하고 지나친 대화를 통해 목소리를 피곤하게 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 보니 먹는 것에 집착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유명한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리허설과 공연 중에도 수북이 쌓인 과일들을 끊임없이 먹어댔다고 하며 지휘자인 주빈 메타는 매운 음식을 매우 좋아한다고 한다.
역사적인 성악가 엔리코 카루소는 만약 공연 전에 하나도 떨리지 않는다는 이가 있다면 그는 진정한 음악가가 아니라고 말했다. 창작을 위한 음악가들의 스트레스는 곧 음악을 하는 힘의 원천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류정필 테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