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시장에 불어닥친 한파를 뚫고 7일 코스닥 상장 예정 기업 4곳이 일제히 출사표를 던졌다. 앞서 상장을 추진한 기업들이 기관 수요 예측에서 고배를 마시고 줄줄이 일정을 연기하거나 철회한 것과 달리 이들은 침체된 시장 상황을 그동안 쌓은 '진짜 경쟁력'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줄 호기로 삼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연내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아진산업과 강스템바이오텍·덱스터·육일씨엔에스 등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잇따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계획대로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중호 아진산업 대표는 "수능 500점 만점에 300점을 맞는 친구들은 공모주 시장이 침체되면 실패를 걱정하겠지만 만점을 받는 기업이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오는 9~10일 기관 수요예측과 14~15일 공모청약에 이어 22일 예정대로 코스닥에 상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진산업은 지난 1978년 설립된 자동차 차체용 부품 전문기업이다. 설립 이후 30년 가까이 현대차의 1차 협력사로 관계를 유지해오며 올 3·4분기까지 매출액이 지난해 대비 17% 늘어난 2,455억원, 영업이익은 78% 증가한 26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내년 매출액은 현대·기아차의 국내외 생산량 증가 및 신차 효과에 힘입어 40%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공모로 조달한 자금(293억~338억원) 대부분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보유 중인 신주인수권부사채(BW) 290억원을 상환하는 데 쓸 방침이다.
시각효과(VFX) 전문기업 덱스터도 예정대로 22일 코스닥에 상장한다. 김용화 덱스터 대표는 간담회에서 "해외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하기에 앞서 기업공개(IPO)를 마무리 짓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중국 완다그룹·레전드캐피털에서 각각 1,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해 청약 경쟁률이나 단기적 주가 흐름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덱스터는 영상에 사용되는 시각효과를 제작하는 업체로 영화 '국가대표' 감독으로 유명해진 김 대표가 2011년 설립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해적' '미스터고 3D'의 시각효과를 맡았으며 중국 작품 '몽키킹' '지취위호산' 등의 제작에도 참여했다. 덱스터는 이번 공모자금의 절반가량인 100억원을 중국 현지법인 덱스터 차이나에 투자할 방침이다. 시각효과의 효율적 구현을 위한 장비 구입과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120억원이 투입된다.
줄기세포 치료제 전문기업 강스템바이오텍(21일)과 강화유리가공업체 육일씨엔에스(24일)도 연내 상장한다. 강경선 강스템바이오텍 대표는 "최근 바이오를 포함해 공모주 시장이 침체돼 있지만 강스템바이오텍은 높은 성장성을 바탕으로 기관수요 예측 조사가 순조롭다"며 "상장을 철회한 기업들은 기존 성과에 얽매여 있지만 우리는 성장성에 바탕을 둔 기술 상장기업으로 차별화된다"고 기염을 토했다. 공모자금(160억~200억원) 대부분은 해외임상에 활용할 예정이다.
육일씨엔에스도 10~11일 기관수요 예측에 이어 15~16일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다. 구자욱 대표는 "상장은 시장과의 약속으로 투자자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공모금액은 베트남 공장 증설과 연구개발(R&D) 인력 확충에 쓸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민우·박준석기자 ingagh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