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머크는 공룡 바이오 기업이다. 헬스케어와 생명과학, 기능성 소재를 사업군으로 하고 있으며 지난해 총 매출만도 128억유로(약 15조9,600억원)에 달한다. 북미 지역 매출 비중이 36%로 가장 높고 유럽(34%), 아시아태평양(23%), 중남미(5%) 등이 주요 시장이다. 고혈압약과 항암제부터 각종 바이오 장비까지 판매 중인 제품만 30만개가 넘는다. 크고 작은 거래업체 수도 100만개에 달한다. 지금까지 합작형태로 해외기업이 송도에 생산시설을 지은 적은 있지만 글로벌 업체가 단독으로 세우는 사례는 머크가 처음이다. 그만큼 머크의 송도 투자는 의미가 있다.
6일 ‘엠랩’ 개소식 참석차 방한한 우딧 바트라 머크 생명과학 분야 최고경영자(CEO)도 “삼성과 셀트리온·녹십자를 비롯해 주요 한국 기업과 함께 일하고 있다”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바이오 허브 중 하나로 송도는 그 중심”이라며 송도를 높게 평가했다.
머크가 추가 투자를 계획하면서 바이오 중심지로서의 송도 위상도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25일에는 GE헬스케어가 송도에 바이오의약품의 공정을 개발하고 각종 교육을 담당하는 ‘아시아태평양 패스트 트랙센터’의 문을 연다. 이곳은 바이오의약품의 공정을 개발하고 생산·연구와 관련된 교육을 담당한다. GE헬스케어 측은 초기 2년간 약 87억원을 투자하고 오는 2020년까지 240억원 이상으로 투자액을 늘린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다국적 제약사인 존슨앤드존슨(J&J)도 벤처기업이 자유롭게 사무실과 연구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J랩’ 개설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송도 바이오단지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셀트리온 등이 입주해 있다. 여기에 머크와 GE헬스케어 시설이 추가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동아쏘시오그룹이 일본 제약사 메이지세이카파마와 합작해 세운 DM바이오, 아지노모도와 국내 벤처기업 제넥신의 합작기업인 아지노모도제넥신이 들어와 있다. 또 찰스리버래보래토리즈코리아가 전임상(동물시험)을 위해 건립한 시설이 위치해 있고 올림푸스 측도 2월부터 송도에 의료 트레이닝 센터를 건설 중이다.
프랑크 슈탄겐베르크하버캄프(왼쪽 여섯번째) 머크 가족위원회 회장과 우딧 바트라(〃 여덟번째) 머크 생명과학 사업 최고경영자(CEO) 등 관계자들이 지난 6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엠랩’ 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열쇠를 들어보이고 있다. 머크는 ‘엠랩’ 센터를 시작으로 물류센터와 생산시설을 잇따라 송도에 지을 계획이다. /사진제공=머크
업계에서는 머크 투자 유치로 송도가 세계적인 바이오클러스터를 운영 중인 아일랜드를 추격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일랜드는 세계 최저 수준의 법인세(12.5%)와 특허 소득에 대한 법인세율 감면,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를 통해 글로벌 톱10 제약사 가운데 9개 업체로부터 생산시설을 유치했다. 처음에는 글로벌 제약사의 유럽 생산거점으로 시작해 R&D 센터와 유럽지역 본사까지 유치했다. 2014년 기준 아일랜드의 의약품 수출 규모만도 390억유로에 이른다. 특히 생산시설 유치로 최근 5년간(2011~2015) 4조원가량의 신규투자가 발생했다.이 때문에 머크의 물류센터와 생산시설 투자 유치를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바이오 분야에 대한 추가 지원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제혜택 등으로 글로벌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송도를 동북아 바이오 중심지로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만 해도 2018년 바이오의약품위탁생산(CMO) 분야에서 생산능력 36만ℓ로 세계 1위가 된다.
임상혁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아일랜드는 파격적인 법인세율과 세액공제 등 각종 조세 인센티브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가 선호하는 생산기지 1순위가 됐다”며 “바이오산업은 부가가치가 큰 만큼 큰 폭의 세제혜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