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유권자들이 대통령선거 조기투표를 위해 투표소 앞에서 줄지어 서 있다. 오는 11월4일까지 실시되는 조기투표 기간 투표율은 역대 최대인 40%(4,6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스앤젤레스=AP연합뉴스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대한 ‘e메일 스캔들’ 재수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판을 뒤흔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경합주 9~10곳 중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플로리다(29명)에서 클린턴을 앞서는 한편 전국 지지율도 상승세를 보이며 승부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판세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마지막 희망인 부동층 결집에 성공할 경우 막판 대역전극을 벌일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클린턴 측은 재수사 폭탄을 던진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이 선거에 개입해 연방법을 위반했다며 반전 카드를 찾는 데 부심하고 있다.
트럼프는 30일(현지시간) “구글·페이스북·트위터 등이 FBI의 클린턴 재수사를 그냥 묻어버리고 있다”고 비판하며 클린턴에 대해 총공세를 펼치고 나섰다. 켈리앤 콘웨이 트럼프선거캠프 본부장도 이날 NBC방송 인턴뷰에서 클린턴이 대선 직전 FBI의 재수사 방침 공개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반발한 데 대해 “진짜 전례가 없는 것은 클린턴이 개인 e메일 서버를 가졌다는 점”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클린턴 스스로 이 사건의 사슬을 만들었다”며 “그런데도 클린턴이 희생자인 척하며 코미 국장을 전방위로 공격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클린턴이 여전히 5~9%포인트 차이로 앞서 있지만 트럼프 측이 힐러리의 e메일 재수사를 고리로 부동층이 많은 공화당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들이면 승패는 알 수 없다는 평가다. WSJ는 투표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유권자의 8%가량으로 조사됐는데 “공화당원 30%, 민주당원이 21%를 차지했다”며 “트럼프가 부동층을 설득해 막판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클린턴과 민주당은 다 이긴 선거판을 휘저어놓은 코미 FBI 국장에게 융단폭격을 하며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골몰하고 있지만 ‘e메일 스캔들’ 자체는 클린턴도 ‘실수’라고 인정한 사안이어서 국면전환에 애를 먹고 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코미 국장이 ‘정파적 행동’으로 “연방 공무원이 선거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해치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공화당원이었던 그에 대한 조사를 시사했다. 존 포데스타 클린턴캠프 선대본부장도 CNN방송에 출연해 “대선 직전 이런 것(재수사)을 던지는 일은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부적절한 것”이라며 “코미 국장은 지금이라도 뭐가 문제인지 즉각 밝히라”고 압박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