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속 뿌리도 햇빛에 생물학적 반응' 입증

서울대 박충모 교수팀
농작물 품종 개발 활용

박충모 서울대 화학부 교수
잎에 의해 흡수된 햇빛은 줄기와 뿌리의 관다발을 통해 지하의 뿌리까지 전달된다. 뿌리에 있는 피토크롬 B (phyB) 광수용체는 뿌리로 전달된 빛을 인식해 HY5 전사인자를 활성화하고, 이후 유전자 발현을 촉진함으로써 뿌리 생장과 발달, 굴지성기능 등을 조절해 식물의 생장을 최적화 한다. /자료=서울대
흙 속에 있어 빛에 반응할 수 없다고 알려진 식물뿌리가 실은 햇빛을 직접 전달받고 생물학적 반응을 일으킨다는 연구성과를 국내 연구진이 내놓았다.

서울대는 2일 이 대학 화학부 박충모 교수 연구팀이 식물 잎에서 흡수된 빛이 관다발을 통해 직접 지하의 뿌리까지 전달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애기장대와 야생종담배 식물 2종의 식물 줄기와 뿌리를 채집해 줄기에 빛을 쪼이고 이 빛이 뿌리로 통과되는지를 고해상도 센서로 측정한 결과 빛이 뿌리까지 전달되는 것을 발견했다. 전달된 빛은 광수용체 단백질인 피토크롬을 통해 단백질인 HY5 전사인자를 활성화해 뿌리의 생장과 발달을 촉진하고 지상부의 잎과 줄기 생장에도 영향을 줬다.


박 교수는 “식물뿌리가 잎이 받는 빛신호에 의해 수동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기존 생각은 편견”이라며 “이 발견은 뿌리가 빛을 포함한 다양한 외부환경 정보를 받아들이고 반응하는 매우 능동적인 기관이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뿌리 광수용체와 신호전달 단백질 기능 조작으로 뿌리의 빛 인지능력을 변화시킴으로써 특정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농작물 신품종을 개발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또 식물도 두뇌 활동을 하며 동물의 뇌와 유사한 기능을 가진 구조가 뿌리에 존재한다는 ‘식물두뇌’ 가설의 타당성 검증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성과는 세포신호전달 분야 전문지인 사이언스시그널링 11월호에 게재된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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