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과 본지 공동 주최로 7일 서울 삼성동 율촌에서 열린 ‘아시아 미래 핀테크 포럼’에서 윤세리(앞줄 오른쪽 다섯번째) 율촌 대표변호사, 이종환(〃 〃 여섯번째) 서울경제신문 부회장, 권혁세(〃 〃 여덟번째) 전 금융감독원장, 하태형(왼쪽) 율촌연구소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금융 화두로 등장한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제를 미국·영국 등 선두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특정 행위를 금지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에 유사한 수준으로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7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섬유센터 12층에서 법무법인 율촌과 서울경제신문의 공동 주최로 열린 ‘아시아 미래 핀테크 포럼’의 주제 발표에서 “우리나라의 핀테크 관련 규제는 ‘금지되지 않은 것은 모두 허용한다’는 미국이나 영국·일본 등 핀테크 선도 국가들의 규율 체계와는 거리가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면 당국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을 두고 임 원장은 “일종의 두려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핀테크를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서는 속도의 중요성이 더 크다는 것이 임 원장의 평가다. 그는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완승을 거뒀던 알파고는 6개월 사이 역량이 9배나 진화해 이제는 세계 1위부터 10위까지의 바둑 기사가 드림팀을 구성해도 5대0패를 면할 수밖에 없는 수준까지 발전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기술 발전 속도가 무척 빠르다. 보안이나 개인정보보호 등 규제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급격한 기술 발전이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새로운 산업의 성장에 맞춰 규제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보보호 분야의 석학 역시 핀테크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보보호의 관점을 다시 짜야 한다고 본 것이다. 임 원장은 “비대면 거래를 허용하고 비식별화된 개인정보의 활용 방안을 마련하는 등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 흐름은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규율 체제가 여전히 특정 행위만 허용하는 식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비식별화 정보를 개인 동의를 얻는 조건으로 다시 식별정보로 전환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진정한 빅데이터 활용의 길이 열릴 것이라는 것이 임 원장의 조언이다.
임 원장은 아울러 새로 등장할 예정인 금융 서비스 역시 한쪽 잣대로만 바라봐서는 또 다른 규제만 양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해 정부는 오프라인 지점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미국 최대의 인터넷 전문은행인 찰스 슈왑의 경우 많은 점포들을 보유했다”며 “인터넷 전문은행은 이러해야 한다는 편향된 인식이 오히려 이상한 규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역시 핀테크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영국의 사례를 들면서 “핀테크를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혁신과 경쟁을 촉진한다’는 게 영국 금융감독청의 감독 목표”라며 “지난 1986년 금융 시장의 규제를 전면 완화한 빅뱅을 통해 영국 금융 중심지로 거듭난 런던은 이제 혁신과 경쟁을 토대로 핀테크 수도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특히 핀테크 신생 기업에 대해서는 자본금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 런던에서는 사서함과 주소만 있으면 온라인 등기 시스템으로 법인 설립이 가능하다”며 “이는 자본금이 없는 청년들의 창업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인데 기업 부실화 리스크는 벤처캐피털이나 엔젤투자자들이 지도록 하는 것이 자본시장 측면에서도 합리적이다”고 강조했다. /조민규·박민주기자 cmk2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