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려 앉으면 통증 싹 '척추관협착증'...구부릴때 허리 아프다면 '디스크탈출증'

원인·치료법 다른 허리통증 어떻게 구분할까
척추관협착증, 좁아진 척추관이 신경 누르는 퇴행성 질환
누워서 다리 들어올릴 때 통증 없어...허리근육 강화·금연을
허리 디스크 탈출증, 요추 사이 빠져나온 수핵이 원인
누워서 다리 35~70도이상 못올려...치료 호전 없을땐 수술 고려

갑작스럽게 꼼짝도 못할 정도의 허리·다리통증 등이 생겼다면 걱정이 앞서게 마련이다. 허리통증은 대부분 응급하게 치료하지 않아도 되지만 대소변을 보는 데 문제가 생기거나 다리 힘이 확실히 약해진 경우라면 심한 척추신경 손상이 우려되므로 빨리 진료를 받아야 한다.

허리통증은 급성과 만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심한 허리통증이 급성으로 생겼다면 허리를 삐끗해 허리뼈를 둘러싼 근육·힘줄·인대 등 연부조직에 손상이 생긴 요추염좌가 가장 흔한 원인이다. 급성 허리 디스크(요추부 추간판) 탈출증이나 고령자의 경우 특별한 외상 없이도 생기는 척추골절·종양 등 다른 질병으로 인한 통증도 의심해볼 수 있다. 요추염좌는 대부분 1주 안에 40~50%, 6주 안에 90% 정도가 호전된다.

요추염좌가 아니라면 퇴행성 변화, 즉 노화에 따른 만성 허리통증인 경우가 많다. 허리 디스크 탈출증으로 인한 만성 통증, 노화로 허리 디스크가 제자리에서 주저앉아 생기는 반복적인 요통(디스크인성 통증), 척추관협착증 등이 그 예다. 허리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으로 진료받는 환자만도 연간 400만명이 넘는다.

척추관 등의 신경길이 좁아져 허리.다리통증 등이 유발되는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개념도./삼성서울병원 제공
◇척추관협착증, 대개 50~60대에 악화=허리 디스크 탈출증은 척추뼈 사이에 있는 원판 모양의 디스크, 즉 추간판(椎間板)이 뒤쪽으로 탈출돼 신경을 눌러 다리통증을 일으킨다. 추간판의 노화로 내부에 염증이 생겨 부풀어 오르거나 거듭된 외상으로 추간판 외피가 찢어져 내부에 있던 수핵이 빠져나와 발생한다. 반복적으로 허리에 무리를 주는 작업·자세, 갑자기 물건 들어 올리기, 유산소·유연성 운동 부족, 흡연, 가족력 등도 장기간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허리(요추부) 척추관협착증은 척추 주변 근육·인대가 퇴행성 변화로 두꺼워짐에 따라 허리뼈 속 신경길인 척추관 등이 좁아져 신경이 눌리면서 생긴다. 오래 서 있거나 걸으면 허리·엉덩이에서 시작해 점차 다리로 뻗치면서 허벅지가 땅기고 종아리에서 발바닥까지 저리고 시린 통증, 감각장애 등이 나타난다. 중년 이후에 흔한 퇴행성 질환으로 대개 40대에 요통으로 시작해 50~60대에 악화한다. 심해지면 쉬지 않고 걸을 수 있는 보행거리가 100m·50m 식으로 짧아진다.

허리 디스크(추간판) 탈출증 개념도
◇쪼그려 앉을 때 통증 완화 여부 달라=허리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요추 신경이 눌려 다리가 저리고 보행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허리 디스크 탈출증과 척추관협착증은 증상이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원인도 치료법도 다르다.


척추관협착증은 주로 인대·관절·뼈와 같은 딱딱한 조직이 뒤에서 신경을 누르지만 허리 디스크는 비교적 말랑한 디스크 물질이 앞에서 신경을 누른다. 통증도 척추관협착증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허리 디스크는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척추관협착증은 상태가 악화하면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저리고 아프지만 쪼그려 앉아 쉬면 나아진다. 허리를 펴면 척추관 등의 크기가 작아져 신경눌림·통증이 심해지지만 허리를 구부린 채 벽·의자·지팡이 등을 짚고 서 있거나 앉으면 그 반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디스크인성 허리통증은 구부리거나 숙이고 바닥에 앉아 있으면 더 심해진다.

허리 디스크인지, 척추관협착증인지를 구분하려면 우선 누워서 무릎을 펴고 다리를 들어 올렸을 때 제대로 올라가는지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다. 허리 디스크라면 다리를 올렸을 때 35~70도 이상 올라가지 않으며 엉덩이·허벅지와 발까지 땅기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척추관협착증은 통증 없이 70도 이상 들어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통증이 심해진다면 약물·물리·주사치료 등 보존적 치료로 일시적이나마 통증을 줄일 수 있다. 꾸준히 허리근육 강화 운동을 하면 요통 관리에 도움이 된다. 정천기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허리가 아프다고 움직이지 않으면 통증이 더 심해진다”며 “최대한 움직이고 체중조절·금연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척추관협착증이 의심될 때는 X레이 촬영을 통해 척추의 불안정성, 관절염, 척추변형 여부 등을 알아볼 수 있다. 신경이 얼마나 눌리는지 알려면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 정밀검사를 해야 한다.

보존적 치료에도 6~12주 이상 증상 호전이 없으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척추관 등 신경이 지나는 공간을 넓혀주거나 튀어나온 허리 디스크 부위 등을 제거하는 수술이 많이 시행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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