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연초부터 진행해오던 직급·진급제도 개편이 내년 이후로 연기됐다. LG전자는 인사혁신을 통해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경쟁력인 창의력이 강한 조직으로 체질을 바꾸려 했었다.
제도 개편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이 커진 것이 이유로 분석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황호건 LG전자 최고인사책임자(CHO)는 최근 사내 공지글을 통해 “직급 및 진급제도 개편은 인사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았고 아직 몇 가지 과제에 대해 명확한 해결방안을 만들지 못했다”며 “당초 목표였던 2017년도 직급 및 진급에 관한 새로운 제도 반영은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연초 인사혁신안을 통해 입사 연차에 따라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으로 된 수직적 체계를 일부 유지하되 자신이 맡은 역할을 강조해 팀원·팀장·파트장·팀리더 등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또 진급제도는 최소 요건 충족자는 자동으로 호칭이 변경되는 방안 등을 검토했다.
LG전자는 직급제도 개편 연기와 관련해 “인사제도의 근간이 되는 핵심 부분인 만큼 좀 더 꼼꼼한 검토가 필요해 목표로 했던 시기보다 작업이 더 길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제도 개편에 대한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급여에 대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이 문제가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급여 부분과 관련해 내부 직원의 반발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전자 업계에서는 각 기업들이 직급체계, 호칭 파괴 등 인사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삼성전자는 경력개발 단계(Career Level) 도입을 통한 직급체계 단순화, 수평적 호칭을 골자로 하는 인사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부장·차장·과장·대리·사원 대신 직무역량 발전 정도에 따라 CL1·CL2·CL3·CL4로 단순화했다. 호칭도 ‘○○○님’을 사용한다. SK하이닉스 역시 2011년부터 선임-책임-수석이라는 직급을 쓰고 있다.
LG전자가 직급·진급제도 개편 작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제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LG 특유의 인화 문화에서 경쟁을 장려하는 문화가 정착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1년 가까이 직급체계 개편 작업을 들여다봤지만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봤을 때 향후에도 큰 변화가 있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