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쇼크 두산밥캣 공모주 청약 미달

청약경쟁률 0.29대1에 그쳐
증거금 233억원에 불과해
주관사 한국투자證 망연자실

수요예측 실패 이후 가까스로 기업공개(IPO)에 재도전했던 두산밥캣이 결국 공모주 청약 참패의 기록을 남기게 됐다. 9일 두산밥캣은 일반 공모주 청약 결과 0.29대1의 경쟁률로 공모주 청약이 미달됐다. 헝셩그룹(0.77대1)과 모두투어리츠(0.98대1), 화승엔터프라이즈(0.43대1)에 이어 올 들어 네 번째 청약 미달이다. 하필 미국 대통령 선거일을 공모주 청약 마감일로 잡으며 도널드 트럼프 당선에 직격탄을 맞았다. 두산밥캣은 북미지역 중소형 건설장비 1위 기업이라 미 대선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표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자들의 청약 취소에 망연자실했다. 공모 청약 결과 0.29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증거금은 256억원에 그쳤다. 지난 2012년 10월 0.26대1을 기록한 CJ헬로비전 이후 가장 낮은 경쟁률이다. 미달된 공모주는 주관사들이 떠안게 되며 한국투자증권은 874억원의 물량을 소화해야 한다. 한국투자증권은 두산밥캣과 함께 화승엔터까지 올해만 미달 기업 두 곳을 주관하며 대형 IPO 주관사로서의 체면을 구겼다.

청약 첫날 0.3%의 경쟁률이었지만 이날 오전까지도 증권사별로 0.6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두산밥캣이 미달을 기록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청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트럼프가 인프라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두산밥캣의 북미 시장 실적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후보가 두산밥캣의 실적에 직결되는 북미지역 인프라 투자 부문에서 구체적인 공약을 내세우지 못했다는 점이 향후 두산밥캣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영대 한국투자증권 강남서초중앙지점장은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되자 청약을 취소하는 투자자까지 생겨났다”며 “전략적으로 청약 일정을 잡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다만 두산밥캣의 펀더멘털은 견고하다는 분석이다. 최 연구원은 “리먼사태 이후 1조6,000억원을 밑돌았던 매출이 지난해 4조원대로 회복했다”며 “연 7% 이상의 중소형 건설장비 시장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공모가(3만원)보다 높은 3만8,000원의 목표주가는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두산밥캣은 오는 18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한편 두산밥캣 최대주주인 두산인프라코어(042670)는 전날보다 6.83%(510원) 하락하며 6,9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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