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민안전처와 예산 당국에 따르면 내년도 소방서의 내진 보강을 위한 예산 정책을 놓고 부처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안전처는 전국 소방서와 119 안전센터에 내진보강이 필요하다며 국비 371억원을 요구한 상태다. 현재 전국 소방서 전국 208곳 가운데 내진 예산이 확보된 곳은 97개에 불과하고 119안전센터도 내진보강 대상 678곳 가운데 29%만 예산을 확보했다. 소방서는 대규모 지진 발생 때 시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먼저 출동해야 하는 만큼 어느 시설보다 내진 설계가 시급하다는 게 안전처의 설명이다.
안전처는 이를 위해 내년에 지자체와 각각 50%씩 총 740억원을 투입해 소방서와 119안전센터의 내진보강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소방서와 119안전센터를 지자체가 관할하는 만큼 국비 지원은 어렵다며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가시설에 대한 내진 예산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소방서 등은 원칙적으로 관할 기관인 지자체의 예산으로 해결해야 될 문제”라며 “지자체장의 안전의지에 따라 소방서 내진보강률 편차가 커서 자칫 국가지원만 기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전처는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상황의 현실을 고려할 때 지자체 예산으로만 내진보강 작업에 나서면 시간이 더딜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국비 지원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문화융성 등 내년도 ‘최순실표 예산’ 5,200억원이 전액 삭감될 운명에 놓이면서 삭감 예산을 지진 등 안전관련 분야로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 열린 예결위 부별 심사위에서도 상당수 의원들이 이러한 필요성을 주장했다. 국회는 현재 내년도 안전처의 지진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1,525억원 증액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재관 서울대 지진공학연구센터 소장(건설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경주지진이 발생한 직후 지진관련 예산을 대폭 늘린다고 했지만 두 달이 흐르면서 이 같은 의지가 벌써부터 흐려지는 것 같다”며 “최순실 사태 등을 통해 대거 삭감되는 예산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지진 등 안전관련 예산에 투입하는 것이 결국 국민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영일기자 hanu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