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998년 회장 취임 이래 한시도 ‘중국몽(中國夢·차이니스 드림)’을 잊은 적 없다. 그런 그가 올 하반기에도 거의 매달 중국의 정·재계 고위인사와 만나며 중국몽을 현실로 바꿀 채비를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올해 말 SK의 대대적 인적·조직쇄신을 거친 후 내년부터는 중국에서의 사업을 보다 빠르게 확장해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SK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달 4일부터 사흘 동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베이징 포럼’에 참석했다.
이번 포럼에는 진리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총재, 하오핑 중국 교육부 부부장(차관급) 등 중국 경제계·관계 고위인사들도 최 회장과 자리를 함께했다. 특히 진 총재와 최 회장의 만남은 지난해 9월에 이어 두 번째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은 바쁜 일정 탓에 4일 하루만 포럼에 참석했다”면서도 “드러나지 않은 것까지 더하면 매달 중국에 간다고 봐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베이징 포럼은 SK가 지원하는 한국고등교육재단이 매년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주최하는 행사다. 최 회장은 수감기간만 제외하고 해마다 이 포럼에 참석할 정도로 힘을 실어줬다. 중국 고위인사들과 만나 새로운 사업을 논의할 수도 있고 중국의 교육 인프라 발전에 대한 SK의 기여를 각인시키는 기회도 되기 때문이다. SK는 중국 사회에 다가가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다양한 교육·문화사업도 벌이고 있다.
SK 경영권을 쥔 후로 중국 사업 확대를 외쳐온 최 회장은 본인이 직접 발로 뛰며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SK종합화학과 중국 국영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시노펙)의 3조3,000억원대 합작 화학사업인 중한석화도 최 회장이 시노펙 경영진과 만난 뒤에야 성사됐다. 최 회장은 올해도 왕위푸 시노펙 동사장(회장), 쑨정차이 충칭시 당서기, 천민얼 구이저우성 당서기 같은 중국 정·재계 주요 인사를 두루 만났다. 3월에는 리커창 중국 총리,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자 등 중국의 리더들이 총출동한 보아오 포럼에도 다녀왔다.
지금도 SK는 중국에서 굵직한 협력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어 최 회장의 부지런한 중국행이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관계 인사와의 긴밀한 관계가 사업의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주는 중국의 ‘관시(關係)’ 문화를 고려하면 SK로서는 최 회장의 중국 인맥 확대가 꼭 필요하다.
계열사별로 보면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중국 업체들과 협력해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착공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SK종합화학은 시노펙과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합작한 화학회사 ‘상하이 세코’의 BP 지분(50%)을 인수하는 방안을 두고 BP 측과 협상 중이다. 최소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진 BP 지분 인수에 성공하면 SK의 중국 사업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된다.
지난달 SK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강도 높은 혁신을 주문한 최 회장은 올해 경영진 세대교체를 통해 내년부터 중국 사업의 성과를 본격적으로 가시화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는 대대적 인적쇄신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SK의 한 관계자는 “아직 임원 인사 시기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올해는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며 “계열사 CEO 상당수가 임기 3~4년째를 맞는 만큼 그룹을 총괄하는 SK 수펙스추구협의회를 비롯해 계열사 대부분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