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파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환자들은 대부분 “어느 날 갑자기 허리가 아팠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몸은 어느 정도 부상은 스스로 이겨낼 만큼 튼튼하다. 허리통증, 특히 디스크 탈출증으로 인한 문제는 불의의 큰 사고가 아니라면, 십중팔구는 일상생활에서 잘못된 동작을 반복하다가 쌓여서 생긴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처럼 말이다. 커지기 전에 처리했으면 쉽게 해결됐을 일도 방치 후 일이 커지면 쉽게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다.
허리 통증도 마찬가지다. 허리가 보내는 작은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허리에 좋은 동작을 익히고, 반복하면 허리 수술을 피할 수 있다.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상황은 다양하다.
오래 앉아 있을 때 허리가 뻐근한 사람들도 있고, 앉았다 일어날 때 아픈 사람, 자고 일어났을 때 통증이 심한 경우도 있다. 혹은 허리를 뒤로 젖힐 때나 잠자리에 누웠을 때 허리가 아픈 경우도 적지 않다.
허리를 보호하기 위해선 바른 자세가 중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움직일 때 반복적으로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선 ‘허리에 좋은 동작’을 몸에 익혀야 한다.
허리에 좋은 동작은 허리의 기본 곡선을 유지하는 동작이다. 앞으로 적당히 휘어진 허리의 고유 곡선을 유지하면 몸을 움직일 때 허리에 충격이 덜 간다
앞으로 약간의 C자 형태를 그리는 곡선이 허리 건강에는 좋다. 그러면 스프링처럼 외부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작용이 가능하다.
만약 허리가 너무 앞으로 휘거나 펴지면 충격 흡수가 잘 안 된다. 그러면 충격이 디스크와 뼈로 그대로 전달된다. 물론 한 두 번 그렇게 했다고 당장 허리가 아프지는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충격을 받은 조직이 약해지고 터지면 염증이 생기고, 디스크 탈출증 등으로 악화돼 큰 통증으로 이어진다.
만약 아침에 일어나서 움직이지 못할 만큼 허리가 아파 고생한 적이 있거나, 세면대 앞에서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서 고생했다면 허리에 좋은 동작을 서둘러 익혀야 한다. 또 앉았다 일어날 때나 허리에 힘이 들어갔을 때 허리가 아픈 경우도 허리에 좋은 바른 동작이 시급히 요구된다. 이는 이미 디스크나 인대의 손상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는 신호기 때문이다.
바른 움직임의 기본은 ‘허리의 정상적인 곡선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허리가 아닌 엉덩이 관절을 접었다 폈다 하는 동작을 익혀야 한다. 소위 ‘힙힌지’라고 하는 엉덩이 관절을 경첩처럼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럼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상황에서 허리 건강에 좋은 5가지 동작을 살펴보자.
첫째는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이다.
앉았다 일어설 때는 엉덩이 관절을 구부리면서, 상체를 앞으로 깊숙이 기울여야 한다. 무릎 위에 손을 얹어 체중을 지지하고 엉덩이 근육을 조여주면서, 엉덩이와 허벅지 힘으로 일어난다. 허리가 구부러졌다 펴지면서 허리의 정상 곡선이 무너지면 안 된다.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 엉덩이 관절을 접어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 이후, 허리가 구부러지지 않도록 하면서 엉덩이 관절만 구부렸다 편다. 엉덩이 근육을 조이면서 허벅지와 엉덩이 힘으로 일어난다.
둘째, 세면대에서 세수하는 동작이다.
이때도 허리의 정상적 곡선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무릎을 적당히 구부리면서 엉덩이를 쭉 빼 허리에 힘이 가지 않도록 한다. 엉덩이 관절을 접고, 허벅지와 엉덩이 힘으로 자세를 유지한다. 의자에 앉는 과정의 중간 동작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미 허리통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침에 세수할 때, 특히 허리가 구부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아침 기상 후 1시간 이내가 가장 허리 디스크가 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 시간에 예기치 않았던 사건이 일어나기 쉽다.
엉덩이 관절을 접어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무릎을 적당히 구부린다. 허리가 구부러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엉덩이와 허벅지에 힘을 준다.
셋째, 가벼운 물건을 드는 동작이다.
가벼운 물건이라도 들을 때는 무릎을 굽혀 허리의 곡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건을 들어 올릴 때는 한쪽 무릎을 끓고 물건을 끌어 안아 등과 허리가 구부러지지 않도록 한다.
한쪽 무릎을 구부려 바닥에 대고, 물건을 몸쪽으로 안은 후 무릎 힘으로 일어선다.
넷째, 물건을 주울 때 동작이다.
바닥에 떨어진 스마트폰이나 책, 연필 등을 주울 때도 아무렇게나 허리를 구부렸다 펴면 디스크에 무리가 간다.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울 때에도 허리의 정상적인 곡선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한쪽 다리를 들어준다. 한쪽 다리에만 몸무게를 실은 후 엉덩이 관절을 구부리고 팔을 뻗어 물건을 집고 엉덩이 관절을 펴면서 일어선다.
한쪽 손으로 의자나 책상, 막대 등으로 지지한 후 한쪽 다리에만 몸무게를 싣고 엉덩이 관절을 구부려 물건을 집는다. 등과 허리가 굽혀 지지 않도록 한다.
다섯째, 무거울 물건을 들어 올리는 동작이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특히 허리의 정상적인 곡선을 유지하는데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물건을 들어 올리는 힘은 엉덩이와 무릎에 맡기고 허리는 곡선을 유지하는데 집중한다. 무거운 물건은 엉덩이를 뒤로 쭉 빼면서 엉덩이 관절을 접어 자세를 낮춘 후 물건을 들고 엉덩이 관절과 무릎의 힘으로 일어난다. 마치 역도 선수가 역기를 들듯 물건을 들어 올리면 된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릴 때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엉덩이를 뒤로 쭉 빼먼서 무릎을 굽혀 자세를 낮추고, 일어날 때는 허벅지 관절과 무릎의 힘을 이용한다.
이런 동작들은 허리 인대와 디스크를 보호한다. 때문에 허리통증 예방은 물론 이미 허리 디스크 탈출증이나 통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서서히 아픈 조직이 재생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바쁜 시간을 쪼개고 큰 비용을 들여 아픈 허리를 치료하면서, 일상에서는 허리를 계속 망가뜨리는 나쁜 동작을 반복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길 바란다.
허리의 정상 곡선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간편한 것이 ‘맥켄지 운동법’이다.
그러나 이 운동법도 하다가 아프면 각도를 줄이거나 쉬는 것이 좋다. 동작 중에 다리가 심하게 당기거나, 저리면 이미 병이 깊다는 신호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게 우선이다.
맥킨지 운동법은 손상된 디스크를 빨리 아물게 한다. 그래서 급성 요통이나 만성 요통의 치료, 요통의 예방에 효과적이다.
맥킨지 운동법은 우선 바닥에 완전히 엎드려서 시작한다. 고개를 한쪽으로 돌린 후 숨을 쉬며 허리를 풀어준다.
바닥에 완전히 엎드려 허리를 이완한다.
그 다음에는 누운 자세에서 허리를 살짝 젖혀 준다.
양 팔꿈치를 어깨 넓이로 벌리고 몸을 살짝 들어 올린다. 골반과 허벅지는 밀착한 상태를 유지한다. 상체를 들어올리면서 무릎, 허벅지 앞 쪽을 편안하게 늘려준다. 이렇게 하면 중요한 디스크가 앞쪽으로 옮겨져 치료에 도움이 된다. 만일, 통증이 심하다면 다시 첫 번째 방법으로 돌아간다.팔꿈치를 어깨 넓이로 벌리고 몸을 살짝 들어 가슴을 연다.
살짝 몸을 든 상태에서 팔을 쭉 펴서 허리를 더 들어 올린다.
앞의 동작에서 통증이 없어야 이 단계로 넘어올 수 있다. 이때 골반과 허벅지는 마찬가지로 바닥에 밀착시킨다. 괄약근을 살짝 조여줘야 허리에 덜 무리가 가고 안전하다. 앞을 쭉 펴서 상체를 천천히 들어올린다. 호흡을 하면서 자세를 유지한다. 만약 통증이 오면 앞의 단계로 돌아간다.
맥킨지 운동법은 효과가 좋지만, 아프지 않은 선에서 해야 한다. 또 몸을 이완하는 동작인 만큼, 몸에 힘이 들어가면 안 된다.
/나효진 재활의학과 전문의
허리 건강을 위해선 바른 자세와 함께 ‘바른 동작’이 중요하다. 일상에서 바른 동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Wolff 장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