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부장검사)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16일까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현재 양측은 박 대통령 수사에 대한 세부사항을 협의 중이며 청와대 부근 안가가 조사 장소로 유력하다고 알려졌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나 호텔 등 제3의 장소에서 조사가 이뤄질 경우 경호상 문제점을 노출할 수 있어 양측 모두에게 부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대통령이 내란·외환죄 외에 재직 중 형사 소추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헌법 조항이 수사기관의 압력으로부터 대통령의 통치 행위를 최대한 존중하기 위한 취지라는 점도 고려 대상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안가는 청와대·국가정보원 등 정부기관이 비밀 엄수, 보안 유지 속에 업무처리가 필요한 경우 회의·업무·접견 장소로 쓰는 공간이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여러 곳이 운영됐다. 하지만 문민정부 들어 대거 철거된 뒤 현재는 삼청동 등 청와대 부근에 몇 곳이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청와대 옆 별도 건물로 경호실 등의 체력단련 공간인 연무관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있던 한국금융연수원도 조사 장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조사는 검사장인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사법연수원 21기)이 검사와 수사관들을 이끌고 방문해 박 대통령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진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직접 조사는 청와대 문건 유출,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각각 조사해온 이원석 특수1부장(27기)과 한웅재 형사8부장(28기)이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아직도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순실(60)씨의 구속기한이 완료되는 20일 이전에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한다는 것은 검찰의 희망사항일 뿐 청와대 측이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아직 밝히지 않아서다. 15일 청와대의 공식 입장 발표를 앞두고 양측이 여전히 수사 시기나 장소를 조율 중인 만큼 검찰의 계획이 크게 수정될 수 있다. 게다가 여야 합의에 따른 특검법 통과로 특검이 진행된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검찰은 안봉근(50)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50) 전 총무비서관 등 박 대통령 측근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은 앞서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구속된 정호성(47) 전 부속비서관과 함께 이른바 ‘청와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인물이다. 검찰은 이들이 박 대통령이 지난 1998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돼 정치에 입문한 때부터 20년 가까이 최측근으로 보좌해온 만큼 ‘국정농단’ 의혹의 장본인인 최씨를 비호하면서 유착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청와대 대외비 문건을 최씨에게 전달하는 데 관여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박 대통령과 최씨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하며 국정개입을 도왔는지 등도 캐물었다.
검찰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에게 부당 퇴진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자택을 압수수색해 휴대폰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개인 서류 등을 확보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청와대 퇴진 요구 의혹은 2013년 말 조 전 수석과 손경식 CJ그룹 회장의 전화통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녹음파일에는 조 전 수석이 “너무 늦으면 난리 난다”며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손 회장에게 요구한 내용이 담겼다. “대통령(VIP)의 뜻이냐”는 질문에 조 전 수석이 “그렇다”고 답하고 “좀 빨리 가시는 게 좋겠다. 수사까지 안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