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시대]EU '트럼프 쇼크' 온도차

EU 외무장관 긴급 만찬회동에
브렉시트에 美 지원 바라는 英
지분 높이려는 佛 등은 불참
獨주도 EU체제 변화 가능성도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UKIP) 대표를 만났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운동을 주도한 패라지 대표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나는 트럼프가 좋은 대통령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는 말을 남겼다./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등장으로 또 한차례 유럽연합(EU)에 변화의 폭풍이 휘몰아칠 조짐이다. 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로 가뜩이나 체제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데 이어 트럼프가 펼칠 대EU 외교·경제 전략에 따른 회원국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다시 한번 사분오열되는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독일과 벨기에의 요청으로 소집된 EU 외무장관의 긴급 비공식 만찬 회동에 영국과 프랑스·헝가리가 불참했다. 이날 회동은 ‘현 상황을 바라보는 EU의 시각을 전달하자’는 의미에서 트럼프 당선 이후 급박하게 만들어진 긴급회동 자리였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미국 대선일정은 예전부터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13일 추가 논의가 필요하지 않다”며 대신 EU 주재 대사를 보냈다. 영국 관료들은 ‘긴급회의가 오히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는 이유를 덧붙였다.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무장관의 경우 차기 유엔 사무총장인 안토니우 구테흐스 전 포르투갈 총리와 이날 오전 만날 예정이라며 나타나지 않았다. 헝가리 외무장관도 “일부 EU 지도자들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와 폴리티코 등 주요 외신들은 불참국인 영국과 프랑스 등이 타 회원국과는 다른 접근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향후 진행될 EU와의 브렉시트 협상 등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을 바라고 있으며 프랑스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를 지렛대 삼아 유럽 정치에서 미국의 목소리를 줄이고 자국의 지분을 높이려는 계산에서 불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이 주도해온 EU의 현 체제가 트럼프 당선을 계기로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FT는 이번 긴급회동을 마치고 독일 외무장관이 “EU 회원국들이 모여 트럼프 당선 (유럽에 미칠) 결과를 살펴봐 좋았다”며 호평한 일과 “EU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나라(독일)가 앞장서려 한다고 다른 회원국이 꼭 뒤를 따를 필요는 없다”는 EU 외교관의 발언을 동시에 전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유세 기간 줄곧 언급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무용론과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재협상 등의 주장도 ‘맏형’ 역할을 해온 독일에 좋지 않은 신호다. EU는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분 사태 무력 개입 및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취하고 이를 연장해 유지하고 있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와 관계개선을 도모할 경우 대러시아 제재 유지를 놓고 회원국 간에 의견이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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