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공법’이 적용된 사례. 해당 공법은 자재 적정성 검토 위원회가 내진보강에 부적격하단 의견을 냈으나 이를 반영하지 않고 그대로 시공됐다. /사진제공=서울시의회
서울메트로가 ‘안전’을 강조하며 총 3,220억원을 들여 지하철 내진 보강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일부 구간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공법을 사용하고 시험성적서 마저 허위 제출하는 등 ‘엉터리’ 땜질 보강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메트로는 공사 중지를 요청하고 허위 시험성적서와 관련해 해당 업체를 경찰에 고발하는 등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관련 문제가 발생하기 전 철저한 관리 감독·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서울시의회 새누리당 생활정치추진단 강감창 의원 등은 15일 오후 서울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날 새벽 1시 30분께 삼성역 지하철 내진보강 시공현장을 방문해 이 같은 문제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전체 146.8㎞ 구간 중 내진보강이 필요하다고 조사된 53.2㎞ 구간을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연차적으로 보강하고 있다. 현재까지 3.7㎞가 완료됐고 19.5㎞ 구간에 대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문제는 현재 공사가 완료된 3.7㎞ 구간 중 195m에서 발견됐다.
공사 진행 과정에서 자문위원 7인으로 구성된 ‘자재 적정성 검토 위원회’가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가 아니기 때문에 (기둥의 바깥쪽에 철근 등의 보강재를 배치하는 BR공법은)내진공법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음에도 이 195m 구간에 버젓이 사용됐다.
문서 위조도 발견됐다. 기둥·벽체 보강을 위해 도입한 ‘SRFⅡ’ 공법의 경우 불에 잘 타지 않도록 시공해야 한다는 난연 성적서를 위조해 제출한 사실이 적발됐다. 화재 발생 시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재를 써야 하는데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자재를 통과시키기 위해 성적서를 위조한 격이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서울메트로는 “BR공법으로 공사가 완료된 195m 구간은 오는 27일까지 모두 철거”하고, SRFⅡ공법의 난연시험성적서 위조에 대해서는 “회사 차원의 법적 후속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부적정한 자재가 반입되지 않도록 공사 중인 내진 보강공사를 일시 중지하겠다”며 “정밀 조사 실시 후 보강 조치 등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강감창 서울시의회 의원은 “자재선정을 담당하고 있는 감리사를 바꾸고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만으로 일단락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국비 40%, 시비 30%, 서울메트로에서 30%의 예산을 부담하고 있는 만큼 중앙정부 감사기관의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