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씨 최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씨가 12일 새벽 횡령 및 공동강요 등 혐의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구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제일기획이 지난 2013년 차은택씨에게 가수 싸이가 출연한 국가 브랜드 광고 제작을 맡긴 사실이 드러났다. 차씨와 그가 대표로 있는 아프리카픽쳐스는 2013년 제일기획으로부터 외주를 받아 ‘싸이의 위키코리아(PSY’s WIKI KOREA)’라는 한국관광공사(관광공사) 마케팅 영상 광고를 제작했다. 차씨가 박근혜 정부에서 맡은 첫 국책사업인 셈이다.
서울경제신문이 16일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관광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차씨는 제일기획이 한국관광공사로부터 따낸 ‘2013년 국내외 한국관광 브랜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사업의 외주를 받았다. 제일기획이 관광공사로부터 따낸 마케팅 대행 사업은 2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 것으로 HS애드와 제일기획이 입찰에 참여했고 관광공사의 심사를 거쳐 제일기획이 맡게 됐다. 이 중 차씨와 아프리카픽쳐스는 ‘싸이의 위키코리아’ 영상 제작을 맡았다. 관광공사 측은 “공사는 광고영상 제작과 관련해 제일기획과 체결했다”며 “제일기획이 아프리카픽쳐스에 외주발주한 것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싸이의 위키코리아’는 해외를 겨냥한 한류 TV 광고로 ‘동대문·불금·코스메로드·반찬’ 등의 단어를 가수 싸이가 설명하는 단편 영상이다. 약 90초 분량으로 차씨와 아프리카픽쳐스는 2억2,000만원의 수당을 받았고 가수 싸이와 몇몇 출연자들은 총 6억3,000만원을 받았다. 이 광고영상은 한국관광공사가 2013년 미국 프로야구팀인 LA 다저스 홈구장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제일기획은 “차씨와는 오래전부터 거래를 해왔던 사이”라며 “아프리카픽쳐스는 국내 광고업계 톱3였다”고 정상 계약임을 강조했다.
차씨와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을 비롯해 차씨가 실질적 소유자라는 의심을 받는 광고대행사 더플레이그라운드의 김홍탁 대표, 중소 광고사 강탈 시도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 등도 모두 제일기획 출신이다. ‘싸이의 위키코리아’ 영상을 차씨가 맡은 배경에도 이 같은 인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