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5A02 대중 무역수출·흑자 규모
최대 시장 중국에서 우리 주력 제품들의 수출액과 무역 흑자 규모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중국의 산업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인데 신규 유망 품목들의 수출 규모도 크지 않아 대중 수출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가 대중국 무역을 통해 거둬들인 무역 흑자 규모는 298억달러(10월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393억달러)에 비해 24%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수출액 감소 폭(-12%)의 두 배에 달한다. 올해 월평균 대중 무역 흑자액(29억8,000만달러)을 감안하면 전체 흑자 규모는 연 357억달러가 예상된다. 사상 최대 대중 무역 흑자를 기록했던 지난 2013년(628억달러)과 비교하면 흑자 규모가 절반(43%)가량 축소되는 셈이다.
중국과 무역을 통해 버는 돈이 줄어드는 것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서 대중 수출이 크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 수출 규모는 2013년 1,458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해 지난해 1,371억달러로 감소했다. 올해 10월까지의 대중 무역 수출은 1,006억달러로 1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대중 수출액은 올해 1,200억달러선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1716A02 하단2
더 큰 문제는 무역 흑자가 더 빠르게 줄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중국에 팔던 주력 수출품들이 더 이상 중국에서 예전의 값어치를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특히 우리 전체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13대 주력 품목들의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13대 주력 수출품은 반도체와 일반기계·자동차·석유화학·석유제품·선박·무선통신기기·철강·평판디스플레이·자동차부품·섬유·가전·컴퓨터 등이다.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51.4였던 한중 제품 경합도는 지난해 55.7까지 높아졌다. 평판디스플레이는 지난해 경합도가 93.6에 달했고 반도체(64.3)와 무선통신기기(62.4) 등도 50 이상을 보이며 중국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중 수출액 규모가 가장 큰 반도체는 올해 175억달러(9월 확정치 기준)를 수출했다. 전년 대비 15.6% 줄어든 수치다. 대중 반도체 무역 흑자 규모도 2014년 180억달러를 찍은 후 지난해 164억달러, 올해 92억달러(9월 기준)까지 위축됐다. 석유화학 제품 수출액도 2013년 235억달러에서 지난해 171억달러, 올해는 120억달러에 그쳤다. 2013년 대중 수출액이 250억달러에 육박하던 평판디스플레이도 올해 9월 기준 134억달러 수출이다. 반도체와 평판디스플레이, 유화 제품은 중국이 기술개발로 자급률을 높이고 있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섬유와 가전, 컴퓨터의 경우는 아예 수출이 늘기는커녕 수입이 대폭 확대되면서 최근 몇 년간 대중 무역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자동차의 경우 현지 생산이 확대되면서 올해 수출액은 5,000만달러로 전년보다 92.1% 줄었다. 그나마 석유 제품(2.1%)이 유가반등으로 유일하게 수출이 늘었다.
대중 무역의 체질이 나빠지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반도체저장장치(SSD), 농수산물, 화장품의 수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각각 제품이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수출의 0.5~1% 수준에 불과해 12% 이상 줄어들고 있는 대중 수출에 브레이크를 걸기에는 미약한 수준이다.
특히 새로 들어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면 내년 우리 대중 무역은 더 악화될 수 있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병기 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일류 기업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자국 산업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수출액 감소에 이어 흑자 규모도 줄어들며 대중 무역 구도가 바뀌고 있어 산업 패러다임을 전환해 신규 수출시장을 창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