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수능-출제 경향 분석] 국어·수학 작년보다 어려웠다…상위권 변별력 커질 듯

6·9월 모의평가 수준이지만
국어 지문 길어 체감난도 ↑
수학도 개념 이해 못하면
풀기 어려운 문제 수두룩
영어 난이도평가 엇갈리고
'첫 필수' 한국사는 평이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7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에 앞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수능은 오전8시40분부터 오후5시40분까지 전국 85개 시험지구, 1,183개 고사장에서 치러진다. /권욱기자


17일 시행된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지난해보다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지난 6·9월에 치러진 모의평가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상위권 학생의 변별력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국어영역은 지문이 길고 혼합형·신유형 문제가 많아 어려웠고, 수학영역은 최고 난도 문제가 늘어나 상위권 수험생들의 변별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영어영역 난도는 학교 교사들과 학원가의 평가가 엇갈렸다. 올해 처음 필수로 지정되면서 절대평가가 적용되는 한국사영역은 지난 6·9월 실시됐던 모의평가 보다 조금 어려웠지만 대체로 평이했다. EBS 연계율은 최근 몇 년간 치러진 시험과 마찬가지로 70%가량을 유지했다. 이날 관악고등학교에서 수능시험을 치른 김호건 여의도고 학생 역시 “국어와 수학은 다양한 형태의 신유형 문제들이 많아 어려웠다”며 “영어영역은 1~2개 문제의 난도가 높았고 한국사영역은 쉬웠다”고 전했다.

정진갑 수능출제위원장(계명대 교수)은 이날 세종시 교육부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난이도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6·9월 모의평가 난이도와 유사하게 출제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원점수를 표준점수로 변환했을 때 차이가 없도록 하는 것이 최대 목표였고 탐구나 제2외국어는 선택과목에 따라 유불리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노력했다”며 “그동안 만점자 비율 1%를 금과옥조처럼 여겼지만 이번에는 그것보다 난이도 분포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룰’을 포기하면서 이번 수능은 상위권 변별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 올 수능 출제경향과 문제유형을 분석해보면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난도가 높아진 가운데 1~2개 문제에 등급이 갈리는 최고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을 만들어 내는 데 주력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통합형으로 전환된 국어영역은 제시된 지문의 양이 2,000∼2,600자로 예년에 비해 길고 지문당 문제도 3~4개에서 4~5개로 늘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많이 사용해 긴 글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많지만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서는 긴 문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EBS 교재에 등장하지 않았던 김수영 시인의 시 ‘구름의 파수병’과 이강백의 ‘느낌, 극락 같은’의 지문을 제시하고 두 작품의 공간에 대한 해석을 묻는 말 역시 기존에 찾아보기 힘든 유형이었다.

김용진 동국대부속여고 국어 교사는 “정답자가 전체 수험생의 20∼30% 정도인 최고 난도 문항은 없었지만 독서영역을 중심으로 고난도 문제가 많아 수험생 입장에서는 어렵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영진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지난해 1등급 컷이 국어 A형 96점, B형 93점이었지만 올 6·9월은 90점이었다는 점을 참조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학영역은 상위권 수험생들은 다소 어렵게, 중하위권 학생들은 예년과 비슷하게 느꼈을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가 출제된 범위와 난이도는 9월 모의평가와 비슷했다.

하지만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최고 난도 문제가 기존 3개에서 4개로 늘었다. 이 문제들은 개념과 원리를 정확히 이해해야 할 뿐 아니라 상하위 개념을 모두 완벽하게 알고 있어야 문제를 풀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형의 경우 전체 시험 범위는 미적분Ⅱ,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로 줄었지만 그만큼 깊이는 더해졌다. 특히 객관식 마지막 2개와 주관식 마지막 2개 문제의 난도가 높았다. 특히 주관식 마지막 문제는 신유형 문제로 3차 함수의 조건들을 모두 이해해야 풀 수 있는 문제였다. 유제숙 한영고 수학 교사는 “상위권 학생들에 대한 변별력이 높아져 1등급 학생들도 만점을 맞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영역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했지만 역시 상위권 변별력을 가르기 위한 문제가 2~3문제 출제됐다. 2곳의 빈칸에 적절한 단어를 찾는 문제의 난도가 특히 높았다. 전체적인 난도 평가는 학교 교사와 학원가가 엇갈렸다. 유성호 숭덕여고 영어교사는 “EBS 연계율이 높아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고 평가했지만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험생들이 EBS 연계를 크게 느끼지 못했을 정도로 어려웠으며 9월 모의평가 수준으로 공부한 학생들은 고전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사영역은 예년과 비교하면 크게 쉬워졌지만 모의평가보다는 다소 어려워 체감난도는 약간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9월 실시됐던 모의평가에서 수험생의 75%가량이 주요 대학이 만점으로 인정하는 4등급 이상을 받았다. /세종=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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