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입시에 대한 부담으로 시위에 나오지 못했지만 수능이 끝나면서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특히 이화여대 교수들이 조직적으로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부정입학과 학사관리를 도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분노가 더욱 커졌다.
지난 19일 본 집회인 ‘4차 범국민행동’에 앞서 서울 도심에서는 중고생 주최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청소년 단체 ‘중고생혁명’이 보신각 앞에서 연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집회’에는 경찰추산 700여명, ‘21세기 청소년공동체희망’이 영풍문고 앞에서 연 ‘2차 청소년 시국대회’에는 400여명이 각각 참석했다.
일산에서 온 고3 박모군은 “그동안 촛불집회에 나오고 싶었지만, 시험 때문에 꾹 참고 있다가 오늘 처음 나왔다”며 “우리는 새벽부터 밤까지 죽어라 공부하고 수행평가도 준비하는 데 정유라 뉴스를 보면서 ‘내가 이러려고 공부했나’하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수험생 이 모양은 “부모의 위세에 힘입어 자기보다 성적이 좋았던 수험생까지 떨어뜨리면서 이대에 입학한 정유라를 보면서 ‘정말 이 사회에 정의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늘 오후에 논술시험을 봤고 다음 주에도 시험이 있지만, 꼭 나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3 수험생들은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부산 서면 일대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고3 최진호군은 “집회에 나와서 목소리를 내고 싶었지만 수능 때문에 지금까지 참다가 오늘에야 이 자리에 나왔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전남지역 집회에서는 자유 발언자로 무대에 오른 20명 중 정치인을 제외한 80%가 청소년이었다. 울산에서는 ‘울산 청소년 대학생 시국선언문’도 발표됐다. 이들은 “수능이 끝났지만 우리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보며 ‘돈도 실력이다’ 라는 정유라의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정직한 노력이 얼마나 무색한가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김민형·조원진·장지승 기자 kmh20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