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시청자들에게는 생경한 얼굴이었을 이예은은 알고 보면 데뷔 7년차의 뮤지컬 배우. <킹키부츠>,<위키드>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내공을 쌓아온 그였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드라마라는 기회는 처음이 주는 설렘과 함께 많은 걱정거리를 던져줬다.
배우 이예은이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오훈 기자
“감초 역할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역할이잖아요. 제가 그동안 해왔던 역할과는 많이 달라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튀지 않고 극에 잘 녹아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었죠.”그의 말처럼 대부분 무대에서 선보였던 이예은의 역할은 깊은 감정선을 가지고 가야하는 어두운 캐릭터가 많았다. 하나하나 너무도 소중한 작품이었지만, 조금 더 다양한 역할을 선보이고 싶은 갈증이 생겼다. 그러던 중에 만난 ‘미란’이라는 역할은 보디가드라는 특수한 설정이 있었지만 ‘일상적인 연기’를 가장 해보고 싶었다는 이예은에게는 오랜 목마름을 해갈할 수 있는 단비와도 같았다.
“뮤지컬에서도 제일 많이 고민했던 건 ‘얼마나 자연스럽고 공감이 갈 수 있게 연기를 하느냐’이었어요. 이번 드라마를 끝내고 주변 분들이 많은 말씀을 해주셨는데, ‘연기 잘했어’라는 말보다 ‘자연스러웠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더 뿌듯하더라고요. 그만큼 뮤지컬 배우라는 선입견도 깨고 싶었고, 극에 방해요소가 되면 안 된다는 책임감도 있었어요.”
공연, 드라마 둘 다 연기라는 범주 안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호흡부터 연기를 끌고 나가는 흐름까지 두 분야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대부분의 연극, 뮤지컬 배우들이 첫 드라마 현장에서 적지 않게 당황하고 실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7년 동안 연기 경력을 쌓아온 이예은 역시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대학교 1학년 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 정도로 서투른 제 모습이 적응이 안됐어요. 첫 촬영을 하는데 속삭이듯 얘기했는데도 ‘오케이’를 하시더라고요. 뮤지컬이었으면 분명 무슨 말 하는지 안 들린다고 했을 텐데. 드라마는 현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많았어요. 그걸 제가 똑똑하게 찾아서 포인트를 살릴 줄 알아야 했죠. 제한된 앵글과 동선 안에서 그것들을 풀어내는 과정이 쉽지는 않더라고요.
이예은은 달라진 환경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연구를 했다. 영화나 드라마도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봤고, 일상생활에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더욱 유심히 관찰했다.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배우가 저기서 어떤 호흡을 했을지, 어떤 앵글에서 찍었을지, 어떤 손짓을 했는지, 이런 것들을 많이 보게 되더라고요. 일상적인 것도 하나하나 눈 여겨 봤죠. 가령 제가 커피 잔 하나를 들더라도 ‘방금 내가 어떤 모습이었지?’라고 생각하게 되고요. 사진전도 찾아다니면서 그 안의 진솔한 표정들을 연구했어요. 드라마를 통해서 사람 공부를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배우 이예은이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오훈 기자
그렇다면 ‘미란’의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미란과 성규의 바닷가 키스신을 꼽았다. 한 여자를 향한 한 남자의 순애보가 드러나는 장면임에도 이 커플은 자신들이 해야 할 ‘감초 역할’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처음에 대사를 보고 당혹스러웠다는 이예은은 “미란과 성규의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신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성규가 미란이 때문에 죽을 각오를 하고 지원했다니. 솔직히 안 믿겨지잖아요. 그래서 애드리브로 툭 내던진 게 ‘어디서 개수작이야!’라는 말이었어요.”라고 설명하며, “그러고 나서 키스를 하면 웃기지 않을까 싶었죠. 제 생각에는 감독님께서 ‘얘들이 어떻게 준비해왔는지 보자’라는 마음도 있으셨던 것 같아요. 촬영 며칠 전부터 감독님들이 키스신 잘하라는 말씀을 너무 많이 하시니까 정말 부담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재우랑 계속 맞춰보면서 연구했죠.”라고 전했다.
한편, 결말에 대해 많은 추측을 낳았던 ‘더 케이투’는 최유진(송윤아 분)과 장세준(조성하 분)이 죽음을 맞는다는 카드를 꺼내들며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이것은 작품에 참여한 배우도 다르지 않았다.
“사실 많은 설정 중에 미란이의 죽음도 있었대요. 그런데 누가 봐도 죽을 것 같던 우리는 살았고, 가장 높은 곳에서 군림했던 절대강자는 죽었잖아요. 저도 그 부분에서는 굉장히 놀랬죠.”라고 말한 이예은은 “최유진과 장세준이 마지막에 갈등을 해소하고 함께 죽음을 맞이한 모습이나 누군가에게 사랑을 줄 수 없을 것 같은 김제하와 고안나가 결국은 사랑을 이루는 모습들. 오히려 그런 반전 포인트들을 생각하면 재미있지 않나요?”라고 반전 요소가 주는 매력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더 케이투’는 이예은이라는 배우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 이예은은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첫 도전’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소중한 작품”이라고 설명하며 “막연하게 ‘내가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면 어떤 모습일까?’라고 생각했던 것을 현실로 만들어 준 작품이에요. 막상 해보니까 정말 재밌었고, 앞으로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역할이 더 많아질 것 같은 기대감도 들어요.”고 말했다.
이어 이예은은 “안 해본 캐릭터가 많기 때문에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는 욕심은 생겼어요. 하지만 주인공을 하고 유명세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제 나이 대에 맡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라고 전하며 배우로서의 소신을 잊지 않았다.
인터뷰 ②에서 계속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