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이 21일 오전 일본 도쿄 시내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인터뷰하며 김종 전 차관과 관련된 발언을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포기 종용 사실이 박태환 소속사에 의해 언론에 알려진 가운데 박태환(27·인천시청) 본인이 이에 대해 처음 입을 열었다.
박태환은 21일 일본 도쿄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나 “당시에는 (김 전 차관이) 너무 높으신 분이라서 무서웠지만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돌아봤다. 앞서 박태환 측은 김 전 차관이 지난 5월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 기업 스폰서와 연결해주겠지만 출전을 고집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당시 만남에서의 대화를 담은 녹취록을 박태환 측은 조만간 언론에 배포할 예정이다.
김 전 차관은 ‘스포츠 4대 악 척결’ 정책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금지약물 복용 선수에게 징계가 끝나도 3년간 대표선수로 뛸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 규정도 생겨났다. 그러나 도핑 적발 뒤 국제연맹의 징계를 소화한 박태환은 체육회 규정이 이중처벌이라며 법적 다툼까지 갔고 결국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박태환의 손을 들어줬다.
박태환은 “(김 전 차관으로부터) 기업 후원이나 대학교수 관련된 얘기가 나왔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올림픽에 나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나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올림픽에서 전 종목 결선 진출에 실패한 데 대해서는 “최고의 컨디션을 발휘해야 하는데 정신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뒤늦게 한다”고 했다. 지난 20일 끝난 아시아수영선수권에서 4관왕에 오르며 재기 가능성을 확인한 박태환은 “훈련에 집중해 준비를 잘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면 2020년 도쿄 올림픽에도 도전하고 싶다. 많은 국민이 응원해주고 있으니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