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강요 미수 혐의로 조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수석은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손경식 당시 CJ그룹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VIP)의 뜻”이라며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수석에 대한 구속 여부는 23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조 전 수석은 대한민국 엘리트 경제관료였다. 경기고·서울대 출신으로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정경제부에서 경제정책국장·차관보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다. 선배들의 신망과 후배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구속될 경우 공무원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현직 기재부 고위관료인 최상목 1차관도 미르재단 설립 과정에 연루돼 최근 참고인 조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최 차관은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시절 안종범 전 경제 수석의 지시로 2015년 10월21일부터 24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미르재단 설립 준비를 위한 회의를 주재했다. 최 차관은 “실무적인 업무의 연장선이었다. (최순실 개입 여부 등) 구체적인 사실은 알지 못한다”며 기금 출연 강요 등 연루 사실을 적극 부인했다.
세종시 공무원들, 특히 경제부처에서는 엘리트 공무원의 표상처럼 불리던 두 사람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얘기들이 검찰 조사 결과 하나둘씩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에는 두 사람 외에도 다수의 엘리트 공무원들이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조사를 받지 않았어도 향후 특별검사가 진행하는 수사의 예봉은 피해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무원 사회는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인사에 따라 공무원 생활이 좌우되는 현실로 볼 때 누구라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권에서 시키면 할 수밖에 없는 게 공무원”이라며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죄라면 죄”라고 했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이번 사태를 관료사회가 제대로 설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 공무원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경제부처의 한 공무원은 “하급 공무원들도 비리나 책임을 저지르면 자기 일에 책임을 지는 게 관료사회의 기본”이라며 “책임질 일은 책임지되 이번 일을 계기로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 공무원들까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