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예술의전당
연극 ‘고모를 찾습니다’ 프레스콜이 21일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개최됐다. ‘고모를 찾습니다’는 총독문학상을 두 차례나 받은 캐나다의 대표 작가 모리스 패니치가 1995년에 쓴 2인극 작품이다. 그동안 26개국에서 무대에 올려졌으나 국내에서는 이번이 초연이다.
이날 프레스콜에는 그레이스 역의 정영숙, 켐프 역의 하성광이 참석해 전막을 시연했으며 이어지는 질의응답에서는 구태환 연출이 함께 자리했다.
발표된 후 불과 21년 만에 현대 고전(Modern Classic)으로 불리며 전세계 관객들에게 입증된 희곡 ‘고모를 찾습니다’는 남자 주인공인 켐프(Kemp)의 끊임없는 독백과 여자 주인공인 그레이스(Grace)의 침묵이 상호작용하며 기존 희곡에서는 볼 수 없던 신선함을 선사한다. 극중 켐프는 ‘친구 제로’, ‘성적취향 제로’, ‘눈치 제로’인 켐프는 실패한 인생이다 못해 어린시절 부모에게 받은 상처로 가득한 인물이다.
또 다른 주인공인 그레이스는 자그마한 침대 위에서 죽음만을 바라보며 노년을 보낸 인물. 고모와 조카가 30년 만에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번 작품은 두 주인공의 외로움과 상처 속 따뜻한 애정이 서로간의 교감(交感)을 통해 공감(共感)으로 바뀌는 과정을 담아냈다.
그레이스 역으로 2인극 무대에 처음 오른 정영숙은 대사는 많지 않지만 40년 넘게 브라운관에서 갈고 닦은 연기 내공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켐프에게 냉랭하게 대했다가 점차 마음의 문을 여는 그레이스의 내적 심리를 표정만으로 표현한다.
정영숙은 “소외된 노인으로서 혼자 살다 보니 거의 말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뜬금없는 방문객이 왔고 그레이스도 속이는 입장이기 때문에 마주하고 망설임도 많았고 생각도 많지 않았을까 싶다”며 “처음에는 ‘너 여기 왜 왔어,가!’라는 심정으로 지팡이로 켐프를 찔렀지만 점점 켐프에게 마음을 열면서 말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많은 양의 대사를 소화해야 하는 하성광은 “켐프가 말을 안 하고 못해서 (안으로)말을 뭉쳐놓다 ‘고모’라는 편하고 따뜻한 상대를 만나며 봇물이 터지듯 쏟아내면서 말했던 것 같다. 사람들과 잘 지내지도 못했던 사람이 자신의 유일한 탈출구, 희망을 만나며 난생 처음 켐프가 말을 많이 하지 않았나 싶다.”며 캐릭터를 설명하기도 했다.
/사진=예술의전당
이어 정영숙과 하성광은 ‘서로의 교감하는 장면이 어떤 부분이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정영숙은 “봄이 되면서 켐프에게 처음으로 담요를 덮어주는 장면이 교감을 표현했다고 생각 한다. 나중엔 정말 아들 같은 심정이었고 더 보필했으면 좋겠는데 그레이스가 몸이 아파서 그러지 못했던 것이 가슴이 아팠다.”고 답변했다.
하성광은 “켐프가 처음 들어와서 고모와 묵언으로 대면했을 때부터 교감이 시작 되었다고 생각한다. 고모이기 때문에 아마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그 전부터 마음을 열었을 수도 있겠다”고 그레이스와 켐프의 교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구태환 연출가는 “현대인이 안고 있는 고립이라는 문제, 문명이 발달할수록 혼자 사는 것이 편리해지면서 문명이 고립을 더 가속화 시키는 문제를 이 작품에 담아보려고 했다.”며 “결국 인간이 인간과 같이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이 해결책이 아닌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한편 노년의 삶과 죽음을 다룬 2인극 ‘고모를 찾습니다’는 오는 22일부터 12월 11일까지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문경민인턴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