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꽉 닫은 가계...먹고 입는 것까지 줄였다

통계청 3분기 소비 분석
식료품 지출 1년째 줄고
의류·신발도 14분기째↓

가계가 지갑을 꽉 닫았다. 쌀·고기, 의류·신발 등 먹고 입는 지출까지 줄였다. 가계소득은 제자리인데 체감물가는 계속 오르고 노후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소비를 줄이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최근의 소비위축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소비심리가 빨리 회복되지 않을 경우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거시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4분기 가계(전국 2인 이상)의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줄었다. 지난해 4·4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200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후 가장 긴 감소행진이다.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실질 규모로 봐도 5.1% 감소해 1년째 줄었다.


채소 및 채소가공품 실질지출 감소폭이 17.3%로 가장 컸다. 8분기째 감소세다. 쌀을 포함한 곡물 소비(-7.9%)도 8분기째 줄고 있다. 육류(-5.5%)는 4분기째다. 해산물·우유 등의 소비도 줄고 있다. 신선수산동물(-11.4%, 7분기째 감소), 유제품 및 알(-2.2%, 16분기째 감소) 등이 모두 감소했다. 커피 및 차 등 기호식품도 5.7% 줄며 15분기 연속 뒷걸음질쳤다. 의류·신발 실질지출은 0.7% 줄었다. 14분기째 감소다.

가계의 3·4분기 소비성향은 71.5%로 지난해 동기와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3·4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조정을 받고 있고 생산도 부진한 모습”이라며 “10월에 내수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가계·기업의 경제심리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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