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삼성과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지난 15일 80억달러(9조4,000억원)를 들여 하만을 사들인 만큼 중복투자를 피하기 위해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작업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양사 간 협상 딜이 종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마그네티 마렐리는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텔레매틱스(차량용 무선 인터넷 기술), 조명, 서스펜션 등을 생산하는 세계 30위권 자동차 부품회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권오현 부회장 직속으로 전장사업팀을 신설할 정도로 자동차 전장분야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마그네티 마렐리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경영전략을 충족할 수 있는 최적의 퍼즐로 꼽히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도 FCA의 지주회사인 엑소르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인수작업에 공을 들였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하만과 마그네티 마렐리에 대한 인수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다가 결국 하만을 사들이고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는 포기한 것”이라며 “제품군이 다수 중복되는 2개의 회사를 모두 사들이기에는 시너지효과가 떨어진다고 전략적인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가격협상도 난항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마그네티 마넬리 인수가격으로 1조원 정도를 적정 수준으로 산정했지만 FCA는 3조원 이상을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공방전을 벌이다 삼성은 결국 커넥티드카 및 오디오 전문기업인 하만을 낙점했다.
FCA도 삼성전자와의 매각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결론짓고 마그네티 마넬리를 페라리처럼 분사시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마그네티 마렐리 매각 작업이 여의치 않으면 오는 2018년 증시에 상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 FCA는 지난해 10월 자본확충을 위해 페라리를 분사시켜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시킨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엑소르그룹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13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2012년부터 엑소르그룹 이사회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 바쁜 일정이 있더라도 이사회에 매번 참석할 정도로 엑소르그룹에 애정을 보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바이오와 함께 전장사업을 신성장 분야 양대 축으로 육성하고 있다”며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를 포기하지만 이 부회장이 엑소르그룹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어 양사 간 전장사업 파트너십 구축방안을 마련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내다봤다.
/서정명기자 vicsj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