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비즈니스 초토화=중국에서의 한류 비즈니스가 10월 들어 사실상 초토화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10월 들어 중국에서의 한국 연예인 공연, 영화 상영, 광고 승인 건수가 ‘0’건으로 사실상 한류에 대한 원천 봉쇄가 시작됐다. 10월 이전까지는 ‘태양의 후예’ ‘함부로 애틋하게’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등이 중국에서 방송됐으나 최근에는 ‘사임당:빛의 일기’와 ‘푸른 바다의 전설’이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심의가 사실상 불발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사임당’은 국내 방송도 내년 초로 미룬 상태이며 ‘푸른 바다의 전설’은 국내에서만 방송을 시작했다.
비·아이콘·비스트·황치열 등 K팝 스타들도 올해 상반기에 대거 공연을 했지만 10월 이후에는 한 건도 진행된 행사가 없다. 광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송중기·송혜교·박신혜·추자현 등 한류스타들이 대거 모델로 활동했지만 역시 10월 이후에는 광고 승인 건수가 없다. 심지어 이미 송중기가 중국산 스마트폰 모델에서 교체됐고 김수현·송혜교 등을 쓰려던 화장품 업체들도 교체를 검토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영화 역시 10월 이후 중국에서 한 편도 개봉되지 않았다. ‘부산행’ ‘터널’ ‘럭키’ 등은 중국에 판권이 팔렸지만 개봉이 불투명한 상태다. 2014년에 ‘명량’ ‘감시자들’ ‘설국열차’가 개봉하는 등 해마다 3∼4편이 중국 현지에서 꾸준히 개봉됐으며 2015년 9월에도 ‘암살’이 개봉됐다.
◇보복 노골화하는 중국=사실 7월 이후 한류스타에 대한 의문의 조치들이 취해질 때마다 사드에 대한 중국 당국의 보복이 아니냐는 해석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부분에 대해 더 이상 설마설마할 수 없게 됐다. 심지어 한류 비즈니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광전총국에서 ‘한류 억제론’을 노골적으로 흘리고 있는 상황이다. 광전총국의 한 관료는 최근 ‘금한령’에 대한 이유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한국 연예인의 중국 진출을 제한하는 목적은 중국 민족문화 산업을 보호하고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며 한류를 중국 문화로 대체해 중화문화권을 주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실상 중국 한류 비즈니스와 유관 산업에 따른 이익창출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비관론 속에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엔터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한류 비즈니스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방송 콘텐츠의 대(對)중국 수출액은 2014년 기준 13억4,000달러(약 1조5,700억원)에 달하고 한류 파생 유관 산업까지 합치면 그 액수는 조 단위로 추정된다”면서 “중국의 보복 조치로 입을 피해 규모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한류 유관 업종 도미노 손실 우려=한류 비즈니스의 초토화로 연관 업종의 연이은 피해가 걱정된다. 당장 콘텐츠 지적재산권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이미 팬덤이 확실한 한류 팬들은 중국 방송이 불발된 ‘푸른 바다의 전설’을 불법 경로를 통해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불법 콘텐츠 유통을 막으려고 노력했고 다행히 중국 시장이 열려서 합법적으로 콘텐츠를 유통해 관련 수익을 기대했다”며 “그런데 금한령이 다시 중국에 불법 한류 콘텐츠 유통을 되살려내 결국 한국 기업만 손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국내에 조성된 한류타운 등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코엑스 등 강남 일대에 에스엠타운을 건립하고 YG엔터테인먼트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홀로그램 전용관 K라이브 등을 세우는 등 한류 공연 및 전시관을 세워 중국인 팬덤 시장을 겨냥했다. CJ E&M 음악사업 부문은 신세계 면세점과 협업해 명동 메사에 365일 K팝 공연장을 만들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매력이 높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류 전시관을 통해 스타 상품을 구매하는 등 관련 수입이 상당해 매니지먼트사들이 공을 들였다”며 “그러나 금한령으로 한류에 대한 중국인들의 접근 기회가 줄어들면 큰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