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 /연합뉴스
야권 대선 주자 가운데 후미 그룹에 속했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며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지난 7~8월까지만 해도 3~4%대 지지율에 그쳤던 이 시장은 최근 대통령 탄핵 정국과 맞물려 선명성을 부각하면서 지지층을 빠르게 결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11월4주차 대선주자 지지도 주중 집계 결과에 따르면 이 시장은 11.6%로 조사됐다. 이는 리얼미터가 이 시장을 대선 주자군에 포함시켜 실시한 조사 가운데 처음으로 두 자릿수 지지율을 보인 것이다. 특히 대선주자 지지도 빅3 그룹에 속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11.4%)를 0.2%포인트 차로 4위로 밀어내고 이 시장이 3위에 올랐다.
여야를 통틀어 지지율 상위 6위 그룹에도 포함되지 못했던 이 시장의 두각은 ‘대통령 탄핵’이나 ‘하야’ 등과 같은 강경발언이 지지층 결집에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시장은 다른 야권 주자들과 달리 좌고우면하지 않고 현 정국의 해법으로 대통령 하야와 탄핵, 최근에는 구속까지 이야기하고 있다”며 “진보 진영 내 강경파들이 이 같은 발언에 속시원해 하며 급속히 결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이 시장에 대한 지지층이 최순실 사태 이후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관심은 이 시장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까지 확장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이 시장의 지지율 급등은 진보 세력내 강경파들이 결집해서 나타난 단기효과라는 점에서 10%대 초반에서 고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 실장은 “이 시장이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보수진영이 아닌 진보진영에서 표를 더 모아야 하는데 결국에는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친문 지지자나 진보진영 내 온건파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 지지율이 20% 초반대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 대안을 찾아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이 시장의 지지층을 분석해보면 확장성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면서도 “다만 이 시장이 지지율을 15%까지 올려놓으면 당내 대선 후보 경선 결과는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1차 경선에서 2위로 최종 결선투표에 올라가면 결과는 예측불허라는 분석이다.
문 전 대표는 급진적인 성향의 지지층을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이 시장은 급진 지지층을 모으는 데 성공하고 있어 경선에서 이길 경우 확장성의 한계 문제는 극복될 것이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2002년 대선 과정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돌풍을 예로 들며 이 시장이 ‘제2의 노무현’이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김홍길·박효정 기자 what@sedaily.com